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자체 개발 제품을 중동에 연이어 출시하며 시장 확장에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의 핵심 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기업 제품과 경쟁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웅제약과 휴젤이 중동 현지의 미용 의료 시장에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을 출시한다.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에 출시했으며, 휴젤의 ‘보툴렉스’는 곧 UAE 진출을 앞뒀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24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Riyadh)의 페어몬트 호텔에서 현지 의사 300여 명을 대상으로 심포지엄을 열고 나보타 출시 소식을 전했다. 대웅제약은 앞서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 식약청(SFDA)에서 나보타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대웅제약이 맞붙을 경쟁자는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시장을 선점한 애브비의 보툴리눔 톡신 ‘보톡스’다. 대웅제약은 높은 품질과 안전성을 내세워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나보타의 단백질 분자 크기가 900kDa로 보톡스와 동일하고,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등 주요 선진국 의약품 당국의 허가를 획득했다는 특징을 제품의 주요 경쟁력으로 부각하고 있다.
휴젤은 올해 4월 말 UAE에 보툴렉스를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달 20일 UAE 보건예방부(MoHAP)로부터 보툴렉스의 품목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출시를 위한 막바지 준비 중이다. 현지 유통과 판매는 UAE에 본사를 두고 중동과 북아프리카 주요 지역에 영업망을 구축한 메디카 그룹(Medica Group)이 담당한다. 휴젤과 메디카는 지난해 11월 보툴렉스 유통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휴젤은 이미 2023년 자사의 히알루론산(HA) 필러 ‘리볼렉스’를 UAE에 출시해 현재 판매 중이다. 이번 보툴렉스 출시로 미용 의료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휴젤은 UAE 이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주요 중동 국가 의약품 당국에 보툴렉스 허가를 신청해 심사를 받고 있다.
메디톡스는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UAE 두바이에 보툴리눔 톡신 생산 공장을 건립한다. 현재 개발 단계인 비동물성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MT10109L’를 대량 생산해, UAE를 중동 시장의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5월 UAE 국영기업 테콤그룹과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설립 관련 투자계약의향서(LoI)를 체결했다.
MT10109L은 전체 제조 과정 중 동물 유래 성분의 사용을 배제하고 사람혈청알부민(HSA)을 부형제로 사용하지 않아 동물 유래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다. 이슬람 율법에 따른 할랄 인증도 받을 수 있어, 이슬람교가 지배적인 중동 시장에서 타제품과 비교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지역의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어스튜트 애널리티카에 따르면 중동 주요 국가 중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사우디아라비아의 미용·성형 시장은 2023년 78억 9900만 달러(11조4867억 원)로 집계됐으며, 2032년에는 187억7800만 달러(27조3069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