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와 M&A‧기술이전 증가로 기술력 입증
향후 K바이오에 위협…임상서 숫자로 성과 내야
최근 중국 바이오업계가 대형 인수합병(M&A)과 기술이전 계약 등을 성공시키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파이프라인의 23%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기술력이 좋지 않다는 것도 옛말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중국 바이오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 제약‧바이오 시장은 3320억 달러(약 48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6년 2000억 달러(약 290조 원) 대비 약 66% 성장한 수치다. 중국 정부의 신약개발 지원 정책과 제도에 힘입어 산업이 발전하면서 중국 내 신약개발 기업의 기술수준이 높아지고, 빅파마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중국 의약품 통계 플랫폼 팜큐브는 2023년 중국 기업의 글로벌 제약사로의 기술수출은 70건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 중 15건 이상이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 계약이다. 총 거래액은 전년 대비 69% 증가한 465억 달러(약 62조5000억 원)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기업의 글로벌 기술수출 건수는 연간 10건을 밑돌았지만 2020년 39건 이후 증가세다. 지난해 상반기 기술수출 30건, 거래액은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넘겼다. 최근 5년간 전체 계약금 기준 톱(Top)10 거래 가운데 중국 바이오기업이 개발한 물질이 3건이다.
글로벌 제약사와 거래도 늘어 질적으로도 성장했다. 로슈는 지난달 초 중국 제약사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의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을 최대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에 도입했다. 머크는 지난해 라노바의 PD-L1 x VEGF 이중항체 후보물질을 최대 33억 달러(4조8000억 원)에 사들였고, 한서제약으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9000억 원)에 비만 후보물질을 도입하기로 했다.
인수도 활발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23년 중국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 그라셀 바이오테크놀로지를 12억 달러(약 1조7000억 원)에 사들였다. 노바티스도 산레노 테라퓨틱스의 잔여 지분을 인수했고,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사노피도 중국 바이오 기업 인수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은 차세대 모달리티(치료 접근법) 개발에도 공들이고 있다. 2023년 ADC 파이프라인은 2015년 대비 672%, 이중항체는 453% 증가했다. 또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대비 우위성을 발표했던 PD-1 x VEGF 이중항체 개발 회사 대부분도 중국 바이오기업이다.
이러한 성장 배경으로 정부의 육성·지원 정책이 꼽힌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바이오산업 강화를 위해 2015년 발표한 ‘Made in China 2025’와 2016년 시작된 ‘Healthy China 2030’ 등 지난 10년간 국가 단위 정책으로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기술력 강화를 위해 자금 조달과 연구개발(R&D) 투자도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중국 내 제약·바이오 R&D 투자 규모는 2015년 3500만 달러(약 501억 원)에서 2023년 150억 달러(약 21조9000억 원)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막대한 투자와 지원에 따른 중국 바이오산업 급성장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의 수혜가 예상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여기에 중국을 견제하는 대표 정책인 미국의 생물보안법도 지난해 의회에서 통과가 불발됐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다수 기업이 의미 있는 기술이전을 하고 글로벌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며 “국내 바이오텍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빅파마와 기술이전 또는 협업에서 숫자로 증명되는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그동안 미국, 유럽 기업과 협력하거나 기술이전이 집중됐지만 중국의 성장이 우리나라에 기회일 수 있다. 중국의 강점은 자금과 규제”라며 “신약개발은 자금이 중요한데, 우리는 글로벌 임상을 하는 데 부담이 있다. 하지만 중국의 자금력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중국과 선의의 경쟁을 통한 동반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