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에만 26권 출간…작년 평균 12.8권보다 2배↑
기후 위기로 인한 정신 병리 담은 '기후 상처' 등 눈길
올 들어 기후 위기를 다룬 도서들이 하루 한 권 꼴로 꾸준히 출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에만 '기후 상처', '빙하 곁에 머물기', '나의 폴라 일지' 등 기후 위기를 진단하고 다양한 담론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들이 대거 출간됐다.
2일 본지가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 신간 도서 목록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기후 관련 키워드로 출간된 도서는 전자책과 개정판을 포함해 총 26권이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기후 및 환경 관련 도서는 총 154권이 출간됐다. 한 달 평균 12.8권이 출간된 것인데, 올 1월에만 2배가 넘는 도서들이 출간된 셈이다.
이처럼 기후 관련 도서의 출간 붐은 갈수록 심화하는 기후 위기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3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 상승률 상위 10개 품목 중 9개는 과일·채소 등 먹거리였다. 가뭄·폭염·호우 등으로 인한 출하량 감소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기후 위기로 먹거리 가격이 상승하며 실생활에서도 악영향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련 문제를 다룬 도서들이 꾸준히 출간되면서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먼저 지난달 초에는 정신과 의사들이 기후 변화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기후 상처'가 출간돼 주간 베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이 책은 극단적인 기후 현상인 폭염, 가뭄, 산불 등이 신체적 문제뿐만 아니라 불안, 우울, 자살 등 심리적 문제를 일으키는 과정을 설명한다.
저자들은 이 같은 심리적 문제를 '생태불안', '생태슬픔', '생태죄책감' 등으로 명명하며 새로운 정신적 병리를 조명한다.
빙하학자 신진화의 빙하 투쟁기를 다룬 '빙하 곁에 머물기'도 지난달 24일 출간됐다. 지질학자가 지층에 새겨진 역사를 읽는다면, 빙하학자는 수십만 년 전에 생성된 빙하의 층서를 통해 지구의 기후 변천사를 읽어낸다.
저자는 "과거 기후가 기록되어 있는 빙하가 기후변화로 사라지고 있다. 빙하학자에게는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역사책이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일"이라며 "기후변화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생각지 못한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위협해오고 있다"라고 경고한다.
소설가 김금희의 산문 '나의 폴라 일지'도 지난달 30일 출간됐다. 저자가 남극을 여행하며 자연의 질서를 깨달아가는 여정이 담긴 책이다. 특히 한국이 주도해 제정한 최초의 남극특별보호구역, 아스파인 펭귄 마을에 방문하는 일정이 소개된 챕터들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여행 중 대기를 관측하는 사람, 옆새우에 빠져 있는 연구원, 과학 분야 신사업 아이템을 찾는 사람까지 각자의 사명감과 열정으로 가득한 친구들을 만난다. 인간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책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문체가 일품이다.
이 밖에도 '자본주의와 생태주의 강의', '아시아 생태설화', '어쩌다 기후 악당', '뉴스로 키우는 기후 환경 지능', '가끔은, 비건' 등 여러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도서들이 지난달 출간되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렸다.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김현구 편집팀장은 "트럼프 2.0 이후 기후·환경 정책 방향이 크게 바뀌며 새롭게 다가올 기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라며 "출판에서도 지금 논의되고 있는 기후 관련 이슈를 넘어선, 다음 세대의 기후 위기에 관한 책이 계속 출간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