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서 사실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을 재구성해 의뢰인이 승소할 수 있도록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입증 책임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만큼 변호사의 창의력이 중요하다. 허위 사실을 주장하라는 것이 아니라, 각 사건 속 회색지대에서 변호사가 상황을 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변호사를 찾았을 때는 기존 사실관계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다만 사전에 법률상담을 한 경우라면 미리 상황을 지배할 수 있거나, 법의 테두리 내에서 조율할 여지가 있다.
최근에는 미리 법률상담을 받는 의뢰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혹시 나중에 이런저런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 행위가 불법에 해당하는지,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 대부분 예방 차원의 내용이다.
결혼한 여자 중에서는 아이들이 다 크면 이혼할 거라며 필요한 자료, 재산 분할 등을 미리 체크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통상 남자들은 이혼을 마음먹으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데, 여자들은 시간을 두고 준비하는 듯하다.
가족 간 상속 다툼을 우려해 미리 상담을 받는 경우도 많다. 부모님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이런 상담을 받는 게 머쓱하지만, 향후 가업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거나 혹시 문제가 생길 상황을 고려해 변호사를 찾곤 한다.
반대로 고령의 부모가 사후 상속 분쟁을 막고자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2000만 원 상당의 아파트를 정리하는데, 상속인이 스무 명이나 되는 사례도 있다. 이 가운데 연락이 닿지 않는 분들까지 찾아내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다.
상대방을 응징하기 전 상담하는 사례도 있다. 이들은 사적 보복 중에서도 특히 상간 문제에서 상간자에 대해 계획한 복수가 불법인지, 형량은 어느 정도인지 묻는데 대부분은 ‘불법’에 해당하고, 상대방에게 생채기를 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은 상간자가 운영하는 것으로 오해한 가게에 ‘사장님 상간녀’라는 취지의 화환을 보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고, 또 다른 사람은 상간자의 미성년 자녀를 만나 ‘네 부모가 바람을 피웠다’고 말했다가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이보라 변호사는 “분노와 감정에 치우쳐 행동하기 전에 전문가의 조언을 구한다면 불필요한 갈등과 법적 분쟁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마련할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