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0.63달러(0.87%) 오른 배럴당 73.1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4월물 가격은 전장보다 0.29달러(0.38%) 뛴 75.96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불법 이민 대책 부족, 합성 마약 펜타닐 유입, 무역 적자 등을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25%, 중국에는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관세는 4일부로 적용될 예정이었다.
양국의 수입 가격이 오르거나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미국 내 유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원유 선물에 매수세가 유입됐다. 카일 쿠퍼 스내퍼크릭에너지 기초 연구 부문 전무이사는 “관세로 양국 관계가 악화돼 미국의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시세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11월 기준 캐나다에서 하루 450만 배럴의 원유 및 석유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미국 내 석유 수요 4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시장에서는 캐나다산 원유 거래 가격에 관세 인상이 반영돼 있어 뉴욕 원유 선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다만 이후 미국과 멕시코가 관세 조치를 유예하는 데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관세 조치 시행에 대한 경계감이 완화돼 원유 선물에 매도세가 유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면서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4일부터 부과하기로 했던 25% 관세 조치의 발동을 한 달 동안 유예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도 관세 발동을 30일간 보류하기로 합의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비회원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플러스(+)는 이날 합동각료감시위원회(JMMC)에서 작년 12월 결정한 협력 감산 방침을 유지하기로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OPEC에 유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감산 방침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은 유가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제 금값은 반등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의 중심인 4월물은 전주 주말 대비 22.1달러(0.8%) 오른 온스당 285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 선물이 강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