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 100조 돌파에…운용사도 수혜
퇴직연금 계좌 내 미국 ETF 투자 인기
증권·운용 모두 퇴직연금 일임 서비스 도입 한창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 시행으로 증권가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은행 등에서 증권사로 퇴직연금 자금이 이동 중인 데다가,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상장지수펀드(ETF) 매수가 늘어나 자산운용사까지 수혜를 보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퇴직연금 사업을 한 14개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103조9257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19.81% 증가해 은행(13.9%)과 보험(4.9%)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 직전 분기보다도 7.66%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말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시행된 영향이 크다. 퇴직연금 계좌를 해지 없이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게 되자, 비교적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로 머니무브가 일어난 것이다. 실제 증권사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지난해 4분기 기준 △확정급여형(DB) 6.9% △확정기여형(DC)형 9% △개인형퇴직연금(IRP) 9.2%에 달한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증권사 계좌로 향하면서 ETF 투자가 늘자, 자산운용사도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은행과 달리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ETF를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어 ETF 투자 규모도 덩달아 늘어난 셈이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시행된 이후 개인투자자가 많이 순매수한 상품들은 대다수 퇴직연금 계좌에서 많이 거래된 상품이다. 특히 이 기간 개인 순매수 1위인 TIGER 미국S&P500(8991억 원)이나 KODEX 미국S&P500(합성)(3705억 원),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2022억 원) 등 미국 지수나 기업 관련 ETF가 이에 해당한다.
한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올해 더 많은 퇴직연금 가입자 확보를 위해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RA) 일임 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중 자체 기술로 개발한 퇴직연금 RA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자산운용사 중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민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은 뒤 퇴직연금 RA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자체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안으로 내부 논의 중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ETF 거래가 많이 늘어난 점이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가 많이 이뤄진 걸 증명한다”며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ETF에 투자하면 절세 효과 등을 볼 수 있어 이전보다 수익률에 관심이 커진 분들이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를 택하고, 또 ETF 투자에도 적극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