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유지 비용 누적 부담 요인…자발적 해지 유인책 필요
카드 소비자가 1년 넘게 사용하지 않은 휴면 신용카드가 1년 새 182만 장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면카드를 이용한 금융 범죄 피해 가능성이 커지고, 카드사의 관련 비용 부담이 커지는 만큼 업계의 자정 노력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국내 8개 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의 휴면 신용카드는 총 1581만4000장으로 전년(1399만3000장) 대비 182만1000장(13.01%) 증가했다.
카드사별로 현대카드가 243만 장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카드(233만 장), 국민카드(220만 장), 롯데카드(219만 장), 삼성카드(206만 장), 하나카드(170만 장), 우리카드(169만 장), 비씨카드(123만 장) 등 순이다.
총 신용카드 수 대비 휴면 신용카드 비중은 비씨카드(37.15%)가 가장 컸다. 이어 하나카드(18.06%), 우리카드(16.32%), 롯데카드(16.21%), 현대카드(12.11%), 삼성카드(11.91%), 국민카드(11.90%), 신한카드(10.9%) 순이었다.
금융소비자가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휴면카드는 분실이나 도난이 발생하더라도 인지가 어려워 카드복제범죄, 부정사용 등 금융범죄 취약점으로 작용할 위험성이 있다. 카드에 따라 연회비 등 고정 비용도 지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휴면카드가 늘어날수록 관리·유지 비용이 지속해서 누적되는 등 부담이 커진다.
휴면카드 증가는 카드 업계의 출혈 경쟁이 주요 원인이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케팅 경쟁이 격화하면서 출시 당시 혜택만 누리고 실사용은 하지 않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5월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정이 폐지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휴면카드 상태가 9개월 지속되면 해당 카드를 자동으로 해지됐다. 그러나 카드 유효기간 내 계약이 해지되면 이용과 재발급이 어렵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자 금융당국이 규정을 없앴다.
금융당국은 휴면카드가 쌓이는 부작용이 커지자 보안 대책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금융소비자가 1년 이상 이용하지 않은 본인의 휴면카드를 통합 조회하고, 이를 해지하거나 계속 이용을 신청할 수 있도록 어카운트인포 애플리케이션(앱) 및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들이 이용할 유인이 적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휴면카드 재활성화 과정에서 본인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 등 보안 체계가 갖춰져 있다”며 “고객이 직접 안 쓰는 카드를 정리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사용되지 않아 신용 수익이 없는 상태의 카드에 대한 관리 비용이 계속 들어가는 부분은 부담이 된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내부적으로 꾸준히 검토ㆍ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