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대출 확대’ 기반 마련 목적
“연구결과ㆍ유동성 등 면밀히 살필 것”
“금리 향방 상관없이 계획대로 추진”
금융당국이 ‘스왑뱅크’ 설치 논의를 시작한다. 은행이 10년, 30년 등 장기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적극적으로 취급할 수 있는 환경을 미리 구축하기 위해서다. 커버드본드 발행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와 주택금융공사 역할 확대 등 추가 조치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금융연구원은 ‘민간 장기모기지 활성화 지원을 위한 연구’를 마무리했다. 금융위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민간 발행 커버드본드에 대한 지급보증 및 재유동화, 스왑뱅크 운영 등 신사업 추진 방향 검토에 나선 상태다.
연구는 앞서 금융당국이 2023년 5월 발표한 ‘고정금리 대출 확대방안’의 후속 조치다. 금융위는 당시 국내 민간 고정금리 주담대 시장이 활성화하지 못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변동금리 대출 비중보다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전히 전체 은행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잔액 기준 예금은행의 고정형 가계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45.6%로, 변동형 가계대출 비중인 54.4%보다 낮았다. 2021년 말 고정형 가계대출 비중이 29.4%, 변동형 비중이 70.6%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줄었지만 아직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웃돈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낮으면 금리 상승기 이자 부담이 올라 소비 위축이나 차주 부실 위험 증가, 주거 불안 등 사회적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고정금리 대출 활성화 노력에 나섰다.
지난해 5월 개시한 커버드본드 지급보증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은행이 발행한 커버드본드에 주금공이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발행 금리를 낮춰 은행이 소비자에게 낮은 금리로 장기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숨통을 트여준다는 취지다.
커버드본드는 발행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주담대, 국고채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장기채권으로 중장기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총 1조6000억 원 규모로 주금공 지급보증부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스왑뱅크도 금융당국이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적 장치다. 커버드본드 등으로 충분한 금리리스크 대응이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고정금리 대출 취급에 따른 금리변동위험 헤지를 지원한다. 은행들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면 차주는 은행에 고정된 금리로 이자를 상환하게 된다. 기준금리가 오르는 경우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은 커지지만 고정금리로 나간 대출 이자에는 비용상승분을 반영할 수 없어 리스크를 안게 된다. 이때 스왑뱅크가 변동금리로 이자를 지급해 은행의 금리리스크를 덜어주는 구조다.
다만 이른 시일 내 도입은 어렵다는 게 금융당국 시각이다. 전례가 없어 고려할 사항이 많아서다. 당장 스왑뱅크의 역할을 어떤 금융기관이 맡을지가 관건이다. 금융당국은 유력한 기관으로 주금공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스왑뱅크 역할을 맡는 금융기관은 유동성이 높아야 하는 등 여러 요건이 필요한 만큼 연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구에서는 스왑뱅크를 통한 최대·적정 헤지 규모를 산출했고, 리스크 요인부터 업무 수행이 주금공에 미치는 영향, 사업모델의 적정성 검토 등도 진행했다.
은행권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왑뱅크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환대출이 손쉬워지고 중도상환수수료도 내려간 상황에서 금리 인하 시기인 만큼 당장 소비자의 수요가 고정금리 대출로 이동할지는 의문”이라면서도 “향후 금리 인상기 자금조달 수단의 다양화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연구 결과를 살핀 뒤 시중은행에서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활발히 취급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위 측은 “‘고정금리 활성화’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금리 향방과 관계 없이 급하지 않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