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듬어지지 않은' 관세 부과 발언
증시 불확실성 키워
단기 악재 vs 장기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전일(3일) ‘관세 직격탄’에 한국 증시가 급격히 하락했지만, 발언 하루 뒤인 4일 관세 부과를 유예하면서 낙폭을 일부 되돌렸다.
증권가에선 관세 우려가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화하면서 단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맞지만, 관세 인상이 글로벌 주요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작아, 단기 이슈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27.74포인트(1.13%) 오른 2481.69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16.12포인트(2.29%) 오른 719.92로 장을 마쳤다. 전일(3일) 각각 코스피는 2.5%, 코스닥은 3.4% 급락했는데,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트럼프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25%, 중국에는 추가로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한다는 소식에 전일 외국인이 1조 원, 기관이 5600억 원어치를 던지며 시장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두 국가에 추가로 부과하려 했던 관세를 한 달간 유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외국인은 4500억 원, 기관은 1700억 원어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번 관세 인상 이슈는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는 아니다.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자 시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이미 공언한 터다. 다만, 속도가 문제였다. 취임 직후보다는 3월 이후 관세 인상을 점진적으로 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급작스럽게 정책을 발표하면서 시장이 허를 찔렸다.
증권가에선 이번 관세 인상에 대해 ‘다듬어지지 않은’ 관세 이슈라며 관세 불확실성이 취임 초 극대화되고 점차 완화되는 형태로 전개된다면 증시 환경은 더 개선될 개연성도 있다고 낙관했다. 아울러 관세 우려는 결국 단기 이슈라는 분석도 나왔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가 점진적으로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빠르게 실행에 옮겼다"면서 "충분한 명분을 확보하지 않은 채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단기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보편 관세의 명분, 협상 가능성, 미국 경제 및 물가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관세 인상이 글로벌 주요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작아 보이며 현실화된 관세 인상 역시 보류되거나 철회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멕시코,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 부과한 관세는 주식시장에 최악의 충격을 줄 수 있는 보편 관세와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보편 관세는 대미 수출국 기업 전체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만, 임기 초반 (보편 관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다”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중국, 유럽연합(EU) 등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4시간 이내에 중국과 합의하지 못하면 상당한 관세를 물릴 것이라는 발언을 하자 중국은 바로 원유, 석탄, LNG 등에 10~15%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맞불을 놨다. 이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자마자 코스피 지수가 2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이번 관세 협상 우려에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 강도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2018년과 현재를 비교할 때 한국은 대만, 베트남, 캐나다, 태국과 함께 미국의 무역적자가 100% 이상 확대된 나라”라며 “보편관세 도입 시 관세 부담은 물론, 캐나다, 멕시코 사례와 같이 선별적 관세 부담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