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개발자 워크숍, 중국發 딥시크 위협 공조 주목
"반도체·AI 산업 강력"…올트먼, 韓시장 확대 방침
'백척간두' AI 생태계,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미국 오픈AI의 샘 올트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4일 서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 등을 만났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이 큰 만큼 한국 AI 생태계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올트먼은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최태원 회장과 40분가량 면담한 뒤 “원더풀(굉장했다)”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AI 반도체 분야 협력에 관한 폭넓은 논의 끝에 나온 감탄사다. 오픈AI는 지난해부터 데이터센터용 맞춤형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에 필요한 HBM 때문에 SK하이닉스와 협업을 원하는 상황이다. 윈윈게임이 펼쳐질 수도 있다. 이어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는 양사 협업을 공식 발표했다. 올트먼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국내 기업은 카카오가 처음이다. 카카오는 올 상반기에 공개할 AI 챗봇 ‘카나나’를 비롯한 주요 서비스에 챗GPT 등 오픈AI의 생성형 모델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재용 회장과 만난 것도 큰 관심사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까지 전격 합류하면서 한·미·일 AI 협력에 대한 기대감마저 일었다. 3자 회동은 이 회장이 전날 2심 무죄 판결로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뒤 즉각 추진됐다. 이 회장과 친분 있는 손 회장은 이날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 올트먼과 손 회장은 이미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합작으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도 포함된다.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HBM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AI PC용 메모리인 GDDR7 등을 생산하고 있다. 가전·반도체를 모두 아우르는 저력의 삼성은 두 사람에게 최적 파트너다.
올트먼이 짧은 방한 기간 중 국내 주요 기업인들을 직접 만난 것은 우리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AI 경쟁력을 강화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이번 방문에서 자사의 AI 모델에 계속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가성비 좋은 딥시크가 등장한 데 따른 전략적 대응 측면도 있을 것이다.
올트먼과 손 회장만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주요국의 선도 기업인들은 정부, 정치권 지원과 응원을 받으며 AI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새 기회를 찾기 위해서라면 시기와 장소를, 또 때론 상대를 가리지도 않는다. 우리는 어떤가. 정부의 ‘AI 3대 강국’ 선언은 아직 구호에만 그치는 감이 짙고, 딥시크 같은 ‘깜짝’ 스타트업도 나오지 않고 있다. 국내 AI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대한민국은 6·25 이후 단 두 세대 만에 세계가 놀라는 번영의 발전사를 일궈냈다. 하지만 역사의 시험은 계속되는 법이다. 벌써 분기점에 섰는지도 모른다. 국가적 성패가 극명하게 갈리는 분기점이다. 각성해야 한다. 올트먼을 비롯한 서방 개척자들이 중국 AI 진영과의 본격 대결을 앞두고 한국을 우군으로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은 일단 반갑다. 하지만 AI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확실히 올라타서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도, 정부도 정신을 바짝 차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