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첫 시동 건 '해외 스마트팜', 식량 안보를 기회로
연내 사우디 4000㎡ 스마트팜 완공…오이ㆍ토마토 재배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 성장성 충분…"해외 진출 교두보"
농심이 '스마트팜(Smart Farm)'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본격적인 투자와 해외 진출에 나선다. 국내외 식음료업계가 속도를 내고 있는 디지털 전환 흐름에 부응, 푸드 테크(Food Tech) 사업까지 확대해 그동안 라면 등 식품에만 집중했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하겠다는 취지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은 내달 2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농심 사옥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농심은 이번 주총에서 이병학 현 농심 대표이사의 3년 연임 안건과 정관상 사업 목적에 '스마트팜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농심은 "정관 변경을 계기로 해당 사업을 본격 확대하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은 스마트팜 사업에서 현재 가시적인 수익을 내고 있지 않지만, 향후 시장 전망이 밝기에 관련 연구를 오랜 기간 진행해왔다. 2008년 경기 안양공장에 스마트팜 설비 '수직농장'을 설치했고 2018년에는 사내 스타트업을 통해 스마트팜 기술 사업화를 위한 첫 발을 뗐다. 이후 2022년 중동 오만에 20만 달러(약 2억7000만원) 규모의 컨테이너형 스마트팜 수출로 해외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뒤이어 2023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와도 수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특히 농심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사업' 기업으로도 선정돼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심은 올 연말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역 4000㎡(1210평) 부지에 수직농장과 유리온실 복합 모델을 구축·운영을 맡는다. 케일과 같은 엽채류와 방울토마토·오이 등을 재배,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마트에서 판매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농심은 이를 세계 무대에 내보이는 스마트팜 '쇼케이스'로 여기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자사 스마트팜은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CO2), 광량(빛의 양), 양액(토양이 아닌 배양액) 등 식물 재배에 필요한 기본 조건이 모두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에 의해 자동 관리되고 수경재배 방식으로 토양의 불순물로 인한 오염 가능성을 원천차단한 것이 특징"이라며 "재배 작물의 특성에 맞춰 모든 조건을 최적화할 수 있는 것도 농심 스마트팜만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의 성장성은 밝다. 독일 온라인 통계 플랫폼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2년 150억 달러(약 20조6000억 원) 수준이던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은 2027년 330억 달러(45조340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과일과 야채 등 신선식품 물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식품 기업들도 스마트팜 도입에 의욕적이다.
현재 농심 스마트팜의 해외 주무대는 중동이다. 지역적으로 고온 건조한 사막 기후와 토지 및 담수 부족으로 농업 육성이 어려워 외국 식량 수입 의존도가 최대 80%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식량 안보 문제가 전세계적인 이슈로 급부상한 것도 스마트팜 시장 확대에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중동 국가 대부분이 사막 지대라 식량 자급률이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 대비 매우 낮아, 다소 많은 에너지와 설비를 투입하더라도 365일 원활하게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스마트팜에 관심이 높다"면서 "안정적인 농심의 스마트팜 기술력을 통해 꾸준히 해외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