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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법은 우리네 일상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법이다. 이 법은 세금 매길 소득을 분류하는데, 이는 여러 칸이 있는 서랍장과 같다. 어떤 칸에는 이자소득, 어떤 칸에는 사업소득 이런 식이다. 이런 서랍장 중에서도 우리에게 친숙한 칸은 단연 근로소득이다.
근로소득은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뿐 아니라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돼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까지 포함한다. 그런데 이 근로소득 서랍에 복지포인트라는 생경한 녀석을 넣어야 하느냐를 두고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과연 이것을 일해서 번 돈으로 봐야 할까, 그저 회사에서 베푸는 덤 정도로 여겨 세금은 매기지 말아야 할까.
논란의 발단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법원은 복지포인트가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대법원 2016다48785). 쉽게 말해, 땀 흘려 일한 대가로 받는 월급과는 다르다는 의미다. 그러자 그동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복지포인트에 꼬박꼬박 세금을 떼어 국가에 바치던 기업들이 쾌재를 불렀다. ‘임금도 아니라며 그동안 왜 세금을 걷어간 거요?’라는 듯 세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이 빗발쳤다.
그러나 세금 걷는 국가가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다. 임금이 아니라고 세금 안 내도 되는 소득이라는 뜻은 아니라며 맞섰다. 복지포인트가 일과 관련되어 있으니 소득으로 보아 세금을 걷겠다는 심산이다.
법원 판단은 엎치락뒤치락이다. 일부는 ‘대법원 말마따나 복지포인트가 임금도 아닌데 근로소득이 가당키나 한가’라며 기업의 손을 들었다. 특히 광주고법은 복지포인트의 사용상 제약을 들어, 이를 두고 과연 온전한 의미의 소득 ‘지급’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복지포인트는 근로복지일 뿐, 근로조건과는 무관하다고 봤다. 나아가 공무원 복지점수는 비과세인 현실에서, 사기업 복지포인트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조세형평성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꼬집었다(광주고법 2023누10852).
다른 일부는 근로조건이 꼭 근로기준법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일하는 사람의 대우와 관련된 것이라면 모두 근로조건이라는 관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복지포인트도 일과 관련된 것이니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서울고법 2023누36536).
2024년 12월 24일, 팽팽히 맞서던 복지포인트 과세 논란에 대법원이 마침내 매듭을 지었다(대법원 2024두34122). 대법원은 사기업 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이니 세금을 내야 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의 논거는 세 가지다. 첫째 일과의 연관성. 회사 복지포인트는 그저 호의로 베푼 것이 아니다. 실제로는 일 열심히 하라며 복지라는 명분 아래 건넨 당근이라는 것. 둘째 경제적 이익. 비록 사용처가 제한되어 있고, 안 쓰면 사라지며, 양도할 수 없다는 굴레가 있어도 그 굴레 안에서는 근로자들이 경제적 이득을 누린다는 것이다. 셋째 근로복지기본법의 해석. 복지포인트가 ‘근로복지’라 하더라도 근로조건과 무관하다고 단정 짓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임금은 아니지만, 근로소득은 맞다? 이 미묘한 언어의 유희 같은 판단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복지포인트는 임금이 아니라고 했던 기존 판결과의 관계는 대체 무엇인가. 하지만 대법원은 속 시원한 답은 내놓지 않았다. 그저 근로기준법상 임금과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은 다르고 후자가 더 넓다는 말만 덧붙였을 뿐이다.
이런 해석은 여전히 의문을 남긴다. 지금도 유사한 소송들이 대기 중이다. 대법원이 교통정리를 했다고는 하나, 복지포인트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가 여전히 아른거리는 이유다.
복지포인트를 둘러싼 이 논란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임금과 근로소득의 경계, 근로복지와 근로조건의 구분이라는 근본적 물음이다. 아인슈타인도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소득세법의 퍼즐은, 그 작은 편린조차 이처럼 풀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