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악화로 건전성 관리 필요성
불법 사금융 내몰릴판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꼽히는 2금융권의 대출 빗장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위험 부담을 이유로 저신용자 대출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으며, 카드사들은 대출 문턱 높이고 있다. 2금융권 대출이 막힌 서민들이 갈 곳은 불법 사금융뿐이라는 점에서 대출 절벽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신용대출을 3억 원 이상 신규 취급한 곳은 30개사로 집계됐다. 이 중 19곳은 신용점수 600점 이하인 저신용자 대상으로 대출을 내주지 않았다. 전년 동월(17개 사) 대비 두 곳 늘었다. 가계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의 절반 이상이 저신용자 대상으로 대출 취급을 중단한 셈이다.
가계신용대출을 신규 취급한 저축은행은 2021년 말 37개 사로 이 중 600점 이하의 저신용 대출을 취급하지 않은 곳은 9개 사에 그쳤다. 3년 만에 저신용 대출 취급을 중단한 저축은행 비중이 24.3%에서 63.3%로 확대됐다.
중신용자에 대해 대출을 내주지 않는 저축은행도 늘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신용점수 601~700점 구간에 해당하는 고객 대상으로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저축은행은 3곳(DB·IBK·동양저축은행)이었으나, 최근 DB저축은행·IBK저축은행·동양저축은행·푸른저축은행 등 4곳으로 확대됐다.
저축은행들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는 이유는 건전성 악화 탓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저축은행 79곳 중 36곳(45.6%)이 연체율 1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3분기 기준 연체율이 두 자릿수를 넘어가는 곳은 14곳(17.7%)에 불과했지만, 일 년 새 대폭 증가했다.
저축은행 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부실화 가능성이 큰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취급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서민들의 대출 길이 막힌 곳이 저축은행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카드론 문턱 마저 높아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점수 500점 이하 차주에게 카드론을 내준 카드사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KB국민카드가 카드사 중 유일하게 500점 이하 차주에게 카드론을 내줬지만 이마저도 현재 취급을 중단한 상태다.
올해도 2금융권 금융사들의 대출 문턱은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은행권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자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카드론 등 대출 문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개별 저축은행은 올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가계대출 취급 규제를 받는다. 저축은행들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가 약 4~7% 수준으로 제한된다.
일각에선 중·저신용자 등 서민 금융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량 규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갑작스레 대출을 중단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2금융권이 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는 서민들이 늘어날 우려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면 사채시장으로 가게 된다”며 “대출 시장을 규제하게 되면 풍선효과를 가져오고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대출금리는 시장경제에 맡겨서 자율로 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