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업계, 2023년 오름테라퓨틱 이어 2년 연속 매출 1000억
글로벌 빅파마와 협업‧기업 자립성 높일 수 있어…자금난 해소도

K바이오가 2년 연속 매출 1000억 원 기업을 탄생시키며 국산 신약개발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고정적인 매출 수단이 없는 바이오 벤처가 순수 신약개발로 이룬 성과가 더 의미가 있다.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259억 원으로 창사 후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341억 원 대비 268% 증가한 수치다. 영업손실도 808억 원에서 599억 원 감소한 209억 원이다.
매출은 얀센과 오노약품에 기술수출한 계약금과 단기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이 반영되면서 증가했다. 리가켐바이오는 2023년 12월 얀센에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 ‘LCB84’의 전 세계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권리를 계약금 1억 달러(약 1300억 원) 포함 최대 17억 달러(약 2조2400억 원)에 이전했다. 당시 기술수출 계약금이 지난해 매출에 반영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오노약품과 고형암을 대상으로 하는 ADC 치료제 ‘LCB97’에 대한 계약과 독자 개발한 ADC 플랫폼을 이용한 ADC 후보물질 발굴‧개발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금액은 오노약품과 협의에 따라 LCB97에 대한 총 계약 규모(7억 달러‧약 9400억 원)만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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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4일 코스닥에 상장된 오름테라퓨틱은 2023년 매출 1345억 원, 영업이익 956억 원을 달성했다. 그해 11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 ‘ORM-6151’을 계약금 1억 달러(약 1300억 원) 포함 총 1억8000만 달러(약 2300억 원)에 수출한 성과가 매출을 뒷받침했다.
오름테라퓨틱은 지난해에도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최대 9억45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며 3분기까지 누적 20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오름테라퓨틱은 당시 비상장사였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바이오벤처가 신약개발 기술료로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는 것은 단순한 매출 이상을 의미한다. 통상 기술이전 계약은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과 개발 과정에서의 마일스톤, 상업화 후 판매액에 따른 로열티로 구성된다.
따라서 기술료로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계약금이 크거나 임상에 성공해 마일스톤을 받는 경우, 혹은 계약 규모는 작더라도 여러 건의 기술수출을 해야 가능하다.
업계는 보통 계약금을 총 계약 규모의 5~10%로 책정하고 10%를 넘으면 성공한 계약으로 평가한다. 계약금 비율을 전체 계약의 10%로 가정해도 최소 1조 원이 넘는 계약이 나와야 한다. 그만큼 기술료로 매출 1000억 원을 넘는다는 건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개발 기술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기술료로 매출이 확대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빅파마와 협력을 강화해 더 많은 기술수출과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또 좋은 딜이 반복되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 자금 조달에 유리하고, 외부 조달 없이도 수익으로만 자립성을 키울 수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순수 바이오 벤처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와 계약으로 수익을 올려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며 “기술료에 의한 매출 확대는 신약 개발의 성공적인 상업화, 국제적 기술력 인정, 투자 유치의 활성화, 자립적 성장 가능성 등을 상징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향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