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재무적 안정성 등 충분히 고려해 결정"

한국씨티은행이 지난해 1500억 원이 넘는 결산배당금을 지급하는 '배당잔치'를 벌인다. 지난해 실시한 중간배당 4000억 원을 더할 경우 씨티은행은 5600억 원 가량을 미국 본사로 송금하게 된다. 최근 5년간 최대 규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이달 14일 이사회를 열어 1559억 원 규모(보통주 1주당 490원ㆍ우선주 1주당 540원)의 배당을 결의했다. 배당금은 다음 달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확정되며 올해 4월 중 지급된다.
씨티은행은 소매금융 철수 결정으로 796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2021년 배당을 중단했다 재개한 이듬해부터 매년 배당액을 늘리고 있다. 2022년에는 직전 배당이 이뤄졌던 2020년(465억 원) 보다 57% 증가한 732억 원을 배당했다. 2023년에도 전년대비 89.4%가 늘어난 1387억 원을 배당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이번 배당 성향은 재무적 안정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배당 이후에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감독 당국의 요건을 대폭 상회한다"고 강조했다.
씨티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BIS 자기자본비율은 34.22%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35%포인트(p) 상승한 수준이다. 보통주자본(CET1) 비율도 33.20%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다.
문제는 실적이다. 씨티은행은 아직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연간 순이익이 배당 총액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씨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927억 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대비 높은 배당성향도 눈에 띈다. 씨티은행의 배당성향은 국내 금융지주의 평균 배당성향(30%)를 웃도는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고배당을 둘러싼 '국부 유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의 배당금은 전액 미국 본사로 보내진다. 씨티은행의 최대주주는 미국 씨티그룹이 99.8% 출자한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