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 수장들이 한 목소리로 은행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자이익을 기반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을 두고서다. 특히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들이 가계대출 금리를 내리지 않는 행태에 대해서는 "점검에 나서겠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지방 부동산 침체 해소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정치권 요구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위원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올해 미국 신정부 출범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내수경기 부진으로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금융위는 이같은 경제·금융상황에 대응해 금융시장 안정, 실물경제 지원, 민생회복 뒷받침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후 진행된 현안 질의시간에서 여·야 의원들은 은행권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지 않고, 가산금리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금융지주사들은 주요계열사인 은행권의 막대한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순이익은 총 16조4205억 원으로, 고금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22년(15조5309억 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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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련 정책은 양과 가격이 항상 고민된다"면서 "지난해 7∼8월부터는 가계 대출량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양을 제어하는 게 정책적으로 우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올해 신규 대출 금리에 있어서는 인하할 여력이 분명히 있다"면서 "이를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도 "금리 인하 효과가 실제로 국민들에게 다가오기 위해서는 기준금리가 시중금리까지 전달되는 경로가 필요한데 좀 시차가 있는 상황"이라며 "고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이나 기업의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잘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위원장은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의 초과 이익에 대해 횡재세 도입에 찬성하느냐는 권성동 국민 힘 의원의 질의에는 "반대 입장이다"라고 답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건설 경기 악화와 관련해 'DSR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압박도 가해졌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정책 신뢰성과 실효성 부족 문제를 이유로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난 것에 대해 DSR 규제 탓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언급하며 "지방 건설 경기가 어렵고,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전 부처와 함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가계대출이 급증한 배경의 원인이었던 디딤돌ㆍ버팀목 대출 등 정책대출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수준인 55조 원 규모로 막바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국토교통부와의 협의를 거친 후 구체적인 규모 등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애플페이 등 현안과 관련해서도 질의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애플페이 도입 확산시 카드사 이익이 급감해 알짜카드를 없애거나 연회비를 올릴 수 있다는 지적에 "(2023년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시) 결제 가맹점과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했다"면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이른바 '전광훈 선교카드'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이 원장은 밝혔다. 이 원장은 "제휴계약을 체결한 자 등이 적법한 모집 절차를 거쳤는지 농협에 점검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면서 "추가적인 불법행위라던가 위법사항이 있는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니까 점검해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