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 서한 “매력적 투자 기회 보이지 않아"
트럼프에 재정적자ㆍ경제 불평등 심화 경고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현금보유액이 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버핏 버크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투자 기회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하자 주주와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버핏은 이날 버크셔의 재무보고서를 발표하고 주주들에게 연례 서한을 발송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74억4000만 달러로 3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중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145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1% 급증하는 등 견실한 흐름을 나타냈다.
또한 버크셔가 주식을 계속 매도하면서 작년 말 기준 보유 현금은 3분기보다 약 90억 달러 늘어난 3342억 달러(약 480조 원)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은 물론 2022년 3분기부터 10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버핏 회장은 “자금 대부분이 여전히 공개 및 비공개 주식에 투자돼 있고 이 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량기업을 인수하는 것보다 현금성 자산 소유를 더 선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은 투자할 만한 매력적인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엄청난 투자 기회를 맞닥뜨리는 일은 드물다”고 덧붙였다.

버핏은 확실한 투자 기회가 올 때까지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더 나아가 버크셔의 규모가 커지면서 과거처럼 시장을 압도하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고충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오랫동안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코끼리(대형 거래 대상)’를 찾는 능력이 약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 1년 동안 뉴욕증시 벤치마크 S&P500 지수가 18%가 오르는 동안 버크셔 주가는 15% 상승하는 데 그쳤다. 또 버핏은 2016년 이후 주요 기업 인수를 단행하지 않고 있다. 단 일본의 5대 종합상사(이토추·마루베니·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에 대한 투자는 늘릴 가능성이 있다.
평소에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온 버핏은 이례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현상황을 경고하면서 충고의 말을 남겼다.
그는 “재정적 무모함은 화폐 가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급격히 늘고 있으며, 이를 통제하지 않으면 경제와 달러 가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특히나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버핏은 또 “사기꾼과 선동가들이 경제적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정부가 경제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버핏이 올해로 버크셔를 인수한 지 60주년을 맞은 가운데 주주총회가 5월 3일 개최될 예정이다. 버핏은 총회 당일 버크셔의 부회장들인 그레그 아벨, 아지트 자인과 주총 Q&A 세션에서 무대에 오르는데 94세 고령을 고려해 오전 8시부터 2시간 30분 동안 질문을 받고 나서 짧은 휴식 후 오후 1시에 행사를 종료할 계획이다. 통상은 오후 3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2020년에는 밤늦게까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