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특화업무별 전문 PB양성…WM센터 확대 등 대중화 전략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을 직접 만나 그들의 정확한 니즈를 직접 듣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김 부장은 강조한다. 이날 김 부장은가업 승계를 고민하고 있는 중견기업 대표 B씨를 만나 가업승계 신탁을 활용한 절세 전략을 제안했다. 자녀의 경영 참여까지 고려한 맞춤형 플랜에 B씨는 "단순한 금융 조언을 넘어 미래를 설계해주는 조력자 같다"며 신뢰를 보였다.
이후 부동산 매각을 고민하는 C씨를 만난 김 부장은 미술품 투자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익숙하지 않은 투자처인 탓에 투자를 망설이는 C씨를 위해 은행에서 운영하는 문화 커뮤니티 참여를 권하는 한편, "최근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은 안정적인 자산 가치 상승을 보이고 있으며, 절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부장의 권유에 C씨는 미술품 펀드 가입은 물론 아트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투자자들과 교류하며 미술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로 했다. C씨는 투자 수익을 넘어 문화적 경험을 쌓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제 PB는 단순한 금융 컨설턴트가 아니다. 고객의 자산을 넘어 삶을 설계하는 생애 주기 설계 파트너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PB 서비스 강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하며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고액자산가 전문 프라이빗뱅커(PB) 센터는 지난달 말 기준 94개(계열사 통합 지점 포함)로 2018년 말(75개)보다 20% 가량 늘었다.
은행 지점수가 줄고 있음에도 고액 자산가를 위한 PB센터가 늘고 있는 것은 부유층의 금융자산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PB 서비스의 수요도 확대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부자’는 46만1000명이다. 전체 인구의 약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산규모도 늘고 있는데 한국 부자가 보유한 총금융자산은 2826조 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이들이 보유한 총금융자산은 한국 전체 가계의 총금융자산 규모인 4822조 원의 58.6%에 해당한다.
단순히 숫자만 늘고 있는 것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니즈 또한 다양해 지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영역은 예금·주식·채권·펀드·부동산 등 전통 자산 뿐아니라 가상화폐, 절세 채권, 사모펀드, 지분 투자 등으로 넓어지고 있으며, 비재무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증여·상속, 유언, 가업승계, 실버 케어, 해외 이주, 자녀 교육 관련 패밀리 서비스를 지원해 종합적인 라이프 케어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은행들도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맞춰 맞춤형 PB를 양성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하나은행은△리빙전문 PB △디지털 PB △글로벌 PB △융합형 PB △연금전문팀장 등 특화 업무별 전문 PB를 키워내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자산관리 자문단을 운영하며 분야별 전문가 100여명이 고객의 니즈에 따라 팀을 구성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KB증권, KB라이프생명 등 계열사와 함께 부동산, 세무/법률, 은퇴설계, 경제분석, 투자전략, 기업컨설팅 등 분야별 전문가를 중심으로 'WM스타자문단'을 구성했다.
우리은행도 전문 컨설팅팀인 부동산자문팀과 세무자문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문적 자산관리를 위한 포트폴리오 자문팀에 씨티은행 등 외부 전문가들을 영입하는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은행들은 초고액 자산가뿐만 아니라 PB서비스의 대중화도 꾀하고 있다. 실제 은행들은 WM(Wealth Management) 센터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며 PB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PB 서비스는 이제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생애 전반을 관리하는 핵심 금융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며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까지 고려한 종합 컨설팅이 은행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