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개발 중인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파이프라인이 상업화에 임박했다. CAR-T 치료제는 초고가 의약품이며 국내 환자들이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도 많지 않아, 후발 주자의 등장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가운데 큐로셀과 앱클론이 CAR-T 치료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CAR-T는 환자의 면역 T세포를 활용해 암세포에 특이적인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를 발현시켜 제작하는 세포치료제다. 두 기업은 모두 혈액암을 적응증으로 후보 물질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큐로셀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림카토’(성분명 안발셀)의 약제급여평가 신청을 접수했다. 림카토가 보건복지부의 허가신청·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대상 약물로 선정되면서 품목허가와 동시에 약가협상을 완료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큐로셀은 지난해 12월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재발성·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제로 림카토의 품목허가를 신청해 현재 심사를 받고 있다.
큐로셀은 연중 림카토의 품목허가와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첨단 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에 근거한 지원과 신속처리대상 첨단바이오의약품 지정으로 맞춤형 심사, 우선 심사, 임상 3상 면제 등의 혜택을 받아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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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카토는 지난해 완료된 2상에서 효과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암이 완전히 사라지는 환자의 비율인 완전관해율(CR)이 67.1%, 암세포가 일정 기준 이상 줄어든 환자 비율(ORR)은 75.3%로 확인됐다. 세포치료제의 부작용인 3급 이상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CRS) 발생률은 9%, 신경독성(NE)은 3.8%로 안정성도 입증했다.
앱클론은 ‘AT101’의 2상을 진행하면서 신속처리대상 첨단바이오의약품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지정이 성사되면 림카토와 마찬가지로 2상 완료 후 품목허가 신청이 가능해져 상용화 시점을 크게 앞당길 수 있다.
AT101은 임상 1상 투여 후 약 2년간 환자들의 치료 효과를 확인한 연구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1상에서 완전관해를 보였던 피험자 9명 중 7명이 12개월 이상 완전관해를 유지했으며, 장기간 완전관해 비율은 77.8%로 파악됐다.
앱클론은 최근 튀르키예 기업 TCT헬스테크놀로지에 AT101의 기술이전 계약 체결하면서 글로벌 사업도 개시했다. 계약에 따라 AT101의 튀르키예 허가 임상과 제품 생산을 포함한 모든 상업화 비용은 TCT가 부담하며, 앱클론은 계약금 및 순매출액의 경상기술료를 수령하게 된다. 아울러 튀르키예 보건복지부와 보건연구원이 AT101의 임상 및 신속한 시장 진입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CAR-T 치료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의 아베크마·브레얀지, 존슨앤드존슨(J&J)의 카빅티, 길리어드의 테카르투스·예스카타 등 6개다. 이 가운데 국내 도입돼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제품은 킴리아가 유일하다.
혈액암 환자 치료의 미충족 수요가 상당한 만큼, CAR-T 치료제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CAR-T 치료제 시장은 37억4000만 달러(5조4364억 원)로 파악됐으며, 2029년까지 연평균 39.6%씩 빠르게 증가해 290억 달러(42조1544억 원)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