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항암 신약 후보물질 임상 연구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암 질환 치료 분야의 미충족 수요가 높은 만큼, 기업들은 파이프라인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퓨쳐켐, 파로스아이바이오, 에이비온 등 R&D 중심의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항암 신약 연구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기업들은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난치성·희귀성 암 질환을 적응증으로 겨냥하고 있다.
퓨쳐켐은 최근 전립선암을 적응증으로 방사성리간드치료제(RLT) 루도타디펩(FC705)의 국내 임상 3상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표준 요법과 FC705를 병용 투여하는 방식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기존 표준 요법과 비교 평가할 계획이다.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해 7개 기관에서 9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FC705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루테튬177(Lu-177)과 전립선암에서 과발현되는 전립선 특이 항원막(PSMA) 표적 펩타이드를 조합한 RLT다. 노바티스가 2022년 출시한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와 동일한 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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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705는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글로벌 혁신 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 대상 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이에 따라 향후 품목허가 절차 및 제출 서류 간소화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예정이다. 또한 임상 2상 결과만으로 조건부로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어, 조기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난치성 고형암 치료제 PHI-501의 국내 임상 1상을 식약처에 신청했다. 미국 전임상시험 전문 기업인 찰스리버를 통해 GLP 독성시험을 완료했고, 지난해 1월에는 인트로바이오파마와 계약을 맺고 1상 시험용 완제 의약품을 생산했다. 아울러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연구진과 PHI-501 활용 중개연구도 진행 중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가 집중하는 PHI-501의 적응증은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과 대장암이다. PHI-501는 종양 성장에 관여하는 물질인 pan-RAF와 DDR을 동시에 억제하는 기전이다. 전임상에서 PHI-501는 BRAF, KRAS, NRAS 돌연변이를 가진 고형암에 대해 높은 치료 효능을 보였다. BRAF와 KRAS는 대장암에서 가장 빈번히 확인되는 돌연변이 유형이다.
에이비온은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GBM) 치료제 개발을 위해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바바메킵(ABN401)의 임상 2상을 식약처에 신청했다. 이번 시험은 연구자 주도 임상으로, 상피간엽이행(MET) 유전자변형을 동반한 고등급 신경교종 환자 2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앞서 에이비온은 폐암을 적응증으로 바바메킵을 개발해왔다. 지난해 11월 1상 결과보고서(CSR)가 나왔으며, 지난달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 대상 레이저티닙과 바바메킵의 병용 2상을 변경 승인받은 바 있다. 이번 연구자 주도 임상은 바바메킵 적응증을 뇌종양까지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항암제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암 환자 수가 증가하고, 선진국 시장에서 주도적으로 새로운 항암치료 요법을 시도하고 있어서다. 개발도상국의 소득 수준 향상으로 항암치료에 대한 접근성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도 시장 확장의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항암 치료제 시장은 2023년 1544억 달러(224조4204억 원)로 파악됐으며 연평균 7.6% 성장률을 보여 2030년에는 2578억 달러(374조7123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