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귀질병인 진행성핵상마비(PSP) 치료제 개발 길이 열릴 전망이다. 국내에서 진행됐던 젬백스앤카엘의 PSP 치료 신약 ‘GV1001’에 대한 임상 2a상 2차 평가지표에서 효과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지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신경과 교수는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오세아니아 파킨슨병 및 운동장애학회(AOPMC)를 통해 이러한 내용의 ‘진행성핵상마비(PSP) 치료제 임상시험 분석 데이터’를 발표했다.
PSP는 비정형 파킨슨증후군으로 파킨슨병처럼 뇌 질환에 속하지만 진행 속도가 빠르고, 평균 생존 기간도 짧다. 임상에서 PSP는 PSP-RS 유형으로 전체 PSP 환자의 다수를 차지한다. 주요 증상은 보행장애, 강직, 떨림, 인지 저하 등으로 파킨슨병과 비슷하다.
국내에서는 공식적인 통계가 없을 정도로 희귀하다. 다만 전 세계에서 인구 10만 명당 5~10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신약개발 시도도 적고, 소수의 연구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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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발표에 앞서 이 교수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PSP 질환과 이번 임상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PSP는 파킨슨병보다 진행 속도가 3배 빠르고, 증상도 유사해 파킨슨병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흔한 증상은 몸의 중심을 못 잡고 안구 운동에 장애가 생겨 잘 넘어지거나 몸의 균형 감각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번 임상결과는 GV1001 2a상의 2차 평가지표 및 하위그룹을 심층 평가한 분석이다. 이 교수는 “GV1001 0.56㎎을 투여받은 PSP-RS 유형 환자에서 질병 조절 효과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임상은 78명의 PSP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군과 GV1001 0.56㎎, GV1001 1.12㎎으로 나눠 6개월 동안 질환의 중증도 개선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PSP-RS 유형의 환자 중 사후 민감도 분석에서 GV1001 0.56㎎ 투약군의 질병 진행이 위약군 대비 116% 개선됐다. GV1001 0.56㎎ 투약군에서는 6개월 투약 후 유의미한 질병 진행이 없었던 반면, 위약군에서는 유의미한 질병 진행이 관찰됐다. 투약 6개월 동안 증상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호전된 예도 있었다.
또한 PSP 등급 척도 점수 대비 6개월 치료 후의 점수가 개선되거나 유지된 환자의 비율은 GV1001 0.56㎎가 63.64%, 위약군 25%로 GV1001을 투여한 환자군의 치료 반응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젬백스앤카엘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PSP 치료제 개발 기업이다. ‘GV1001’의 국내 임상 2상은 지난해 9월 마지막 환자 투약을 완료했다. 작년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PSP에 대한 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임상 2a상 톱라인에선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젬백스 관계자는 “GV1001은 최적 용량 등을 탐색하기 위한 2a 임상시험에서 의미있는 경향성을 보여줬다”며 “과거 PSP 신약개발을 위해 진행된 다양한 임상시험에서 경향성조차 확인하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임상은)PSP 질환의 세계 최초 치료제로서 GV1001의 높은 가능성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신경퇴행성질환은 굉장히 복잡한 병리와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가지고 있어서 아직 명확한 원인도 뚜렷한 치료제도 없는 경우가 많고, 아시아에서 PSP 임상은 최초다. 투약을 한 6개월 동안 임상을 진행한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라면서 “이번 임상의 핵심은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인데 이를 입증했다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는 후속 임상시험이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