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으로 시간·공간 무한 확장 표현
공간 구현 과정에 디지털 기술 적극 활용
세계적 건축가 협업해 새 타임빌라스 디자인
올해 디자인 핵심 ‘위로ㆍ공감’ 제시

정의정 롯데백화점 디자인센터장(상무)은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장기 디자인 전략을 묻는 질문에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고객 삶에 영향을 끼치는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curation) 플랫폼으로 따뜻한 즐거움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내 유통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롯데백화점 또한 새 먹거리를 찾는 작업이 분주하다. 그 중심에는 미래형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TIMEVILLAS)’가 있다. 타임빌라스는 기존 교외형 아울렛의 단점을 보완하고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공간으로, 쇼핑은 물론 체험형 콘텐츠와 휴식 공간까지 갖춘 것이 특징이다. 1호점은 수원점으로 작년 10월 정식 개장했다. 롯데백화점은 2030년까지 인천 송도와 대구 수성 등에 13개까지 타임빌라스를 늘릴 계획이다.
◇타임빌라스 디자인 철학은 ‘시·공간 초월’= 타임빌라스는 시간을 의미하는 타임(Time)에 다양한 공간의 결합을 뜻하는 빌라스(Villas)를 더해 ‘새로운 시간이 열리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름에서 착안, 정 센터장은 타임빌라스 수원점의 전체 디자인을 총괄하며 공간 곳곳에 롯데만의 철학을 불어넣었다. 특히 ‘시간과 공간,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를 허문다’는 타임빌라스의 취지에 맞게 모든 디자인을 시간과 공간이란 점(點)에서 출발, 면(面)으로 확장했다.
정 센터장은 “타임빌라스의 모든 디자인은 ‘점(Dot)’에서 출발해 ‘선(Line)’으로, 그리고 ‘면(Face)’으로 확장되며, 시간과 공간을 무한히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고객은 이 공간을 통해 물리적, 디지털적 경험을 동시에 하고 새로운 차원의 체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타임빌라스 디자인은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권위의 디자인 공모전 ‘iF 디자인 어워드 2025’에서 최근 본상을 수상하며 국제 무대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공간 구현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도 전달하려 노력했다. 그는 “층별 미디어스크린부터 사이니지(signage)까지 디지털화 해 미래적이고 가변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했다”며 “디지털 사이니지는 단순히 방향을 안내하는 게 아닌, 이벤트와 디지털 콘텐츠까지 보여줄 수 있도록 환경에 맞게 바뀌는 방식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타임빌라스 수원점 중 가장 애착을 가지는 공간으로 5층 ‘아동 체험 공간’과 3층 ‘유럽형 다이닝 에비뉴(Dining Avenue)’를 꼽았다. 그는 “신규 개발한 아동 브랜드 ‘킨더 유니버스(Kinder Universe)’의 체험 공간 ‘킨더 스튜디오(Kinder Studio)’, 휴게 공간 ‘킨더 라운지(Kinder Lounge)’, 멀티숍 ‘킨더 아틀리에(Kinder Atelier)’ 등 3개 특화 공간은 9종의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라면서 “어른이 가도 유쾌해지고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쇼핑몰 3층에 막혀 있던 외관 벽면을 개방해 자연 채광을 즐길 수 있는 유럽형 다이닝 에비뉴를 조성했다”며 “유럽 야외처럼 여겨지는 색다른 분위기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세계적 건축가와 협업한 새 타임빌라스 확산= 정 센터장은 앞으로 선보일 타임빌라스의 디자인에 대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건축가와 협업하고 각 지역별 특색을 반영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디자인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송도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을 수상한 리차드 마이어의 설계사, 대구 수성은 영국 웨스트필드를 설계한 LDA(Leonard Design Architects)와 협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쇼핑몰 내부에서 안팎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개방감 있는 공간을 계획하고 있다”며 “내부는 타임빌라스만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특화 공간으로 기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수원에서 첫 발을 뗀 타임빌라스는 계속 진화 중이며 새롭게 문을 열 점포에서는 수원점의 결과를 발판 삼아 한층 더 확장된 브랜딩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인문학 감성에 디지털 기술 더해 디자인 혁신”= 정 센터장은 롯데백화점 디자인센터를 관통하는 디자인 철학에 대해선 롯데의 유산을 승화해 새롭게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롯데백화점의 지향점인 ‘세대를 관통하는 인문학적 탐구’에서 출발해 롯데의 황금기 레거시(legacy)를 계승하되, 이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재해석해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산업계 화두인 지속가능성과 인공지능(AI) 접목을 꾸준히 고민 중이다. 정 센터장은 “iF에서 수상한 타임빌라스는 디지털 기기를 적극 활용해 지류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기존 매 시즌 별로 교체하던 그래픽 출력물 사용을 50% 이상 줄이고 에너지 소비와 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기기의 활용은 초기 투자비는 발생하지만, 지속 사용할 수 있기에 앞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I에 대해서는 “올해 롯데백화점 브랜드 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개인의 삶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것”이라며 “작년에 학습한 것을 토대로 프로젝트 별 알맞은 AI 활용법에 집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 센터장은 “앞으로의 롯데백화점 디자인은 콘텐츠에 기반한 경험의 디자인으로 그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며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상징적인 건축물과 더불어 다양한 옴니채널(온·오프라인 통합)에서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쇼핑, 미식, 휴식 등 고객의 일상에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