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했다. 앞서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어 관련 발표가 조만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글로벌 빅파마들은 선제적으로 미국 내 생산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7일 제약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이달 21일 존슨앤드존슨(J&J)은 향후 4년 동안 미국에 550억 달러(약 80조61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J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윌슨에 50만ft²(약 1만4052평) 규모의 공장을 짓고 이외에 새로운 생산 시설 3곳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호아킨 두아토(Joaquin Duato) J&J 회장 겸 최고경영책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의료 과제에 도전해 온 미국 혁신 엔진으로서 140년 가까이 쌓아온 회사의 유산을 가속화한다”면서 “미국 투자 확대는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과 전 세계 환자를 치료하는 최첨단 의약품을 생산할 노스캐롤라이나 첨단 시설의 착공으로 시작된다”고 말했다.
화이자도 의약품 관세 부과가 발효되면 해외 생산 제품을 미국 내 현지 생산으로 바꿀 계획이다. 앨버트 보울라(Albert Bourla) 화이자 최고경영책임자는 이달 초 열린 TD 코웬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필요하다면 해외 제조시설을 미국 내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화이자는 미국에 10개의 제조 공장과 2개의 유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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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 릴리는 지난달 미국 내 4개의 새로운 생산시설을 건설하며 270억 달러(약 39조50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릴리는 해당 계획으로 과학자, 엔지니어, 운영 인력과 연구자 등에 3000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로운 생산부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2026년까지 미국 내 의약품 제조·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20억 달러(약 2조9300억 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는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관세 부과를 대비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약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지만,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정책 관련 입장 및 대응전략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셀트리온은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해 발생 가능한 상황별로 최적의 대응 체계를 이미 구축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는 “올해 미국에서 판매 예정인 회사 제품에 대해 1월 말 9개월분의 재고 이전을 이미 완료해 의약품 관세 부과 여부와 상관없이 올해 미국 내 판매분에 대해 영향을 최소화했다. 세 부담이 훨씬 낮은 원료의약품(DS) 수출에 집중하고 있고, 충분한 제조역량을 갖춘 현지 위탁개발(CMO) 업체들과 제품 생산 협력방안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의약품 관세 부담이 의료 접근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월에 시행한 미국 생명공학혁신기구(Biotechnology Innovation organization·BIO) 조사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기업의 90%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제품의 절반 이상이 수입 의약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할 관세로 인해 저렴한 약물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혁신이 지연되며 불필요한 행정 절차가 부과될 수 있다고 BIO는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