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전력수요처에 분산형 시장 필요”
“전력시장 독점보다 경쟁체제 도입해야”
시민단체들 “인센티브 제도로 시민참여 이끌어야”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전력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전력수요처에 발전설비를 구축하는 분산형 시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CF연합(무탄소 연합)은 31일 상의회관에서 ‘제7회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탄소 중립, 어떻게 하나요?’를 주제로 구체적인 탄소 중립 방법론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리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회성 CF연합 회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 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주요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의 제안으로 국가적 아젠다인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정책의 해법을 모색하는 취지에서 2022년부터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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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장관은 축사에서 “정부는 탄소 중립 시대에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번영을 영위할 수 있도록 무탄소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며 “이를 제도적으로 든든히 받쳐주는 동시에 AI 등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첫 번째 세션에서 탄소 중립과 AI 시대에 현재의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는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에 안정적 전기 공급을 위해서는 현재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을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산업단지와 발전설비의 지리적 매칭을 통해 송전비용 최적화, 지리적·시간적 소매요금 차등을 통한 지산지소(地産地消) 분산형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는 “AI 시대에는 전력산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고 이는 전력공급의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의 3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균형 있는 발전과 경직성 자원인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가스발전, 튼튼한 송배전망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의 전력독점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한국은 한 때 ‘스마트그리드 선도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한전 독점체제 고수와 정보기술(IT) 부문의 전력시장진입을 거부한 결과 국내 전력산업은 세계 추세에서 도태됐고 현재는 한전 부채와 그 이자비용을 걱정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석 전문위원은 “고효율, 오픈소스 AI의 등장은 전력산업에 절호의 기회이지만 한전 독점의 전력시장 모델과 대규모 발전설비 및 송전선 건설 등 개발 연대식 마인드로는 이런 기회를 살릴 수 없다”며 “멕시코를 제외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표준이 된 전력시장의 경쟁체제 도입만이 AI 시대 국내 IT 인재들과 전력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환경 분야 시민단체 등이 탄소 중립 시민 참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는 2014년부터 ‘1인 1톤 줄이기’ 캠페인을 시작해 현재 전국 8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약 120만 톤(t)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 에너지시민연대는 2004년부터 시작한 전 국민이 참여하는 ‘불을 끄고 별을 켜다 – 에너지의날’ 캠페인을 시작했다.
상공회의소가 소통플랫폼(Sople)을 통해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이달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민들의 72%는 친환경제품 구입을 위해 추가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기업은 저탄소 제품을 만들어도 동일한 시장에서 비용경쟁을 해야 하며, 소비자도 시장이 분리되지 않아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참석자들은 저탄소 제품 구매를 촉진해 저탄소 제품과 산업이 성장하고, 결과적으로 탄소가 감축되도록 정부가 선순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