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눈] 합계출산율이 더 떨어졌다고 여겨야

입력 2025-04-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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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정책전문기자ㆍ정책학 박사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혼인·출생과 합계출산율 증가에 정부가 반색이다. 얼마나 늘었느냐와 무관하게 감소세가 멈춘 것만으로 다행이다. 관건은 이런 증가세가 얼마나 지속하느냐다.

정부만큼은 현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으로 저점을 찍고 지난해 0.75명으로 반등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올해 합계출산율로 0.79명을 예상한다. 장기 추세로 봤을 땐 여전히 감소세다. 당해를 포함한 직전 5년간 합계출산율 평균은 2023년 0.81명에서 지난해 0.78명으로 떨어졌다. 올해에는 연간 합계출산율이 0.79명을 기록해도 5년 평균치는 0.77명으로 더 떨어진다. 이런 추세를 끊으려면 내년 합계출산율은 0.81명 이상, 이듬해에는 0.85명 이상으로 올라야 한다. 이 정도는 돼야 반전이고, 이 정도는 돼야 목표대로 2030년 1명대 합계출산율 회복도 가능하다.

현 상황에선 내년 0.81명 이상, 2027년 0.85명 이상 합계출산율을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해 출생·혼인과 합계출산율에는 출생·혼인 시기 이동에 따른 통계적 착시가 반영됐을 수 있다. 장사에 빗대면 외상과 선결제다. 과거 손님이 뒤늦게 물건값을 내거나, 미래 손님이 물건값을 먼저 계산하면 일시적으로 매출이 뛴다. 손님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시적 매출 증가는 지속 기간이 짧다. 인구지표도 마찬가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기 미뤄졌던 혼인·출산이 이제 와 재개됐을 수 있고, 여러 사정으로 혼인·출산을 미루던 이들이 청약·대출제도 개선 등 정책효과로 의사결정을 앞당겼을 수 있다. 지난해 출생·혼인과 합계출산율 증가가 이런 통계적 착시라면 개선세는 오래 가기 어렵다. 아직은 인구지표 개선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출생·혼인과 합계출산율 증가가 이제 막 시작돼서다.

그렇기에 정부는 사회적으로 출생·혼인 증가세를 홍보하되, 내부적으로는 출생·혼인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전제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과거 정부는 개별 정책이 혼인·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청년·여성·아동을 대상으로 한 모든 정책을 저출산 대책에 끼워 넣었다. 정부가 추진했던 저출산 대응 정책 중에는 합계출산율을 낮추는 정책도 다수 포함됐다. 특정 정책을 언급하지 않겠으나, 상당수는 성별 갈등을 조장하거나 청년·여성 수도권·대기업 쏠림을 조장했고, 다른 정책은 인식적 결혼·양육비용을 높였다. 이 중에서 인식적 결혼·양육비용을 높이는 정책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가사관리사·가사사용인 시범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합계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그 영향이 ‘우려’ 수준이라도 단호히 배제해야 한다.

일·가정 양립 지원, 난임부부 지원 등 해외에서 효과가 검증된 정책에는 적정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재정과 행정력을 쏟아야 한다. 수도권 인구집중과 만혼, 출산·육아에 비친화적인 사회 분위기 등 구조적 문제 해결도 이제는 준비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30~34세 여성인구가 정점인 지금을 놓치면 저출산 극복은 영영 물 건너간다. 2030년 합계출산율 1명대란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난해 성과를 보지 말아야 한다. 여전히 위기라고 여겨야 한다. 위기인지 아닌지 불분명할 땐 최악을 가정하고 준비하는 게 답이다. 그래야 정말 최악이었을 때 대응이 가능하다. 반대로, 생각보다 상황이 좋았다면 정책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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