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조사 일체 불응…탄핵 심판에선 “경고성 계엄” 주장
尹 구속 취소에 ‘구속기간 계산법’ 논란…檢은 즉시항고 포기
헌재 장고에 ‘5대 3 기각설’ 등 난무…재판관 직무유기 고발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 여부가 4일 가려진다.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지 111일 만에 나오는 결론이다. 이 기간 동안 수사기관의 현직 대통령 체포부터 구속 기소, 법원의 구속 취소까지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들로 가득 채워졌다.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를 4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12‧3 비상계엄 이후 122일, 지난해 12월14일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지 111일, 헌재가 변론 절차를 종결하고 재판관 평의에 돌입한 뒤 38일 만이다.
이 과정에서 헌정사 초유의 사건들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15일, 경찰‧검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기관들은 윤 대통령 신병 확보 방안을 고심하며 계엄에 가담한 군‧경 관계자부터 구속했다.
이후 윤 대통령 수사 권한은 공수처로 일원화됐다. 공수처는 경찰 등과 공조수사본부를 꾸린 뒤 1월 3일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대통령 관저로 향했지만, 경호처가 막아서면서 여러 차례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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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조본은 1월 15일 오전 10시33분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 대통령은 조사 내내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했다. 이어진 출석요구에는 ‘위법한 수사와 체포’라며 불응했다.

공수처는 같은 달 17일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19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직 대통령의 체포‧구속영장 청구와 법원의 발부, 수사기관의 집행에 이르는 과정까지 모두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공수처는 3차례 강제구인까지 시도했으나 불발되자 23일 윤 대통령에 대한 공소제기 요구와 함께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검찰은 구속기한 연장을 통해 윤 대통령을 추가 수사하려 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이 연장을 불허했다.
검찰은 연장 허가 재신청을 냈으나 재차 법원에서 막혔고, 26일 윤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54일 만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로서 비상계엄 관련 지시를 내린 구체적인 정황을 담았다.
2월부터는 형사재판과 별개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헌재에서 열렸다. 25일 11차 변론까지 탄핵심판의 증인 신문에는 총 16명이 등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기관 조사에 불응한 것과 달리 적극적으로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5일 5차 변론에서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했니’ ‘지시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빠진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주장했다.
11일 7차 변론에서는 “국회에 예산안 기조연설을 하러 가면, 아무리 미워도 얘기 듣고 박수 한번 쳐 주는 것이 대화와 타협의 기본”이라며 “취임하고 갔더니, 대통령 퇴진 시위를 하면서 의사당에 들어오지 않아 여당만 놓고 반쪽짜리 연설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든 야당 설득해서 뭘 해보려고 한 건데 줄탄핵을 하는 건 대단히 악의적인 거고, 그냥 이 정권을 파괴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국가세력을 없애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취지다.

하지만 증인으로 나선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도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를 들었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10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나와 “(계엄 당시) 통상의 국무회의와 달랐고 형식적이고 실체적인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정 2인자’인 한 총리가 절차적 요건을 지적한 것이다.
탄핵심판 변론이 끝나고 헌재는 장고를 거듭했다. 헌재가 선고에 대해 함구하면서 재판관들이 쟁점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5대(인용) 3(기각 또는 각하)’, ‘8대 0 인용’ 등 각종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그러다 3월 7일 중앙지법(지귀연 부장판사)이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구속 기간을 날(日)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윤 대통령의 기소가 기한을 넘겨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오랜 실무 관행과 달랐던 ‘시간 계산법’ 탓에 논란이 불거졌다. 인신 구금과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가 하필 윤 대통령 사건부터 최초 적용되느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이례적으로 나서 상급심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심우정 검찰총장은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 52일 만에 석방됐다.
그간 대한변협 등 법조계에선 조속한 탄핵심판 선고로 국정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8명의 헌법재판관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헌재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아 국가 위기를 더 가중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