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25% 관세에 추가 관세 우려
현지 투자 공식화…재무 부담도 고민거리

미국이 지난달 12일부터 모든 철강ㆍ알루미늄에 25% 관세 조치를 시행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상호 관세’ 쇼크가 덮친 국내 철강업계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전방 수요 둔화, 중국산 저가 공세로 시황이 악화하자 공장을 멈추는 특단의 조치까지 내린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생존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발표할 상호 관세 내용과 영향 등을 파악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2일 발효된 25% 관세에 추가 관세가 부과될지가 큰 관심사다.
일단 3월 수출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철강 수출액은 25억8000만 달러로 지난달(25억6000만 달러)보다 소폭 늘었다. 작년 3월과 비교하면 10.6% 감소했다. 수출 물량은 비슷하지만 단가 하락으로 수출액이 줄었다.
통상 수출 계약을 체결한 뒤 2~3개월 뒤 본격적인 수출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관세 영향은 이르면 내달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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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으로는 일괄 25% 관세 조치가 미국 내 철강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미국 내 열연 유통 가격은 1월 말 톤(t)당 725달러에서 지난달 24일 1005달러까지 폭등했다. 같은 날 국내에서 생산된 열연 가격(81만 원)에 환율, 물류비, 관세 등을 모두 더해 추산한 미국 가격(761달러)을 크게 웃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국내산 철강재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이 국가 구별 없이 ‘무차별’ 관세를 적용한 만큼, 늘어나는 미국 시장 수요를 잡기 위해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낮은 가격을 앞세워 물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호 관세가 추가로 부과될 경우 국내 철강 산업은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타격을 입게 된다. 수요 부진과 중국산 저가 공세 등으로 업황 부진이 길어지며 철강사들이 잇달아 공장 가동을 멈춘 가운데, 폭탄 관세로 철강 수출액 1위(지난해 기준)인 미국 시장에서마저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관세가 50%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나온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현지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미국 등에서 ‘완결형 현지화 전략’을 통한 투자를 검토한다. 현재 하공정 시설만 갖추고 있는데, 상공정 투자도 검토 중이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연 270만 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설립 계획을 공식화했다. 다만 이들 기업은 미국향 수출 비중이 10% 안쪽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투자 여력이 크지 않은 중소업체들이다.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한 철강 중 40%가 강관이었는데, 강관업체들은 대부분이 중소업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국내 철강 관련 중소기업 6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42.8%가 관세 정책에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응답 기업들의 피해 예상액은 평균 181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관을 생산하는 세아제강지주, 넥스틸 등은 미국 휴스턴 내 생산능력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생산체계가 마련되면 오히려 트럼프 정부의 석유ㆍ액화천연가스(LNG) 확대 정책에 힘입어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25% 관세에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철강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실적 부진이 길어진 상황에서 현지 투자를 위한 재무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