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사들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앞다퉈 출시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SPAC’이란 기업 인수를 유일한 목적으로 투자자로부터 공모방식으로 일정규모 이상의 자금을 모집하여 설립한 일종의 명목회사(paper company)다.공보통 공모를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M&A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고 증시에 상장한 뒤 비상장 우량 기업을 합병해 우회 상장시키고 주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투자 차익을 노린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SPAC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며 또한 SPAC이 진입 초기단계이므로 일반투자자들의 확실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첫 SPAC인 대우증권 그린코리아SPAC는 일반투자자 대상 750만주 모집에 총 6억5233만주의 청약이 들어왔다. 청약 증거금(청약 금액의 50% 정도)만 1조1416억원이 몰렸으며 청약 경쟁률은 86.98대 1을 기록했다.
이번 대우증권의 성공적인 SPAC 발행에 대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대우증권의 성공적인 공모로 인해 다른 증권사들도 속속 SPAC 설립을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증권과 동양종금증권은 3월 중 SPAC을 설립해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며 교보증권과 KTB투자증권은 공동으로 SPAC을 설립해 3월 중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또한 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 굿모닝 신한증권, 하나대투증권은 3~5월내에 공모와 상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증권과 동부증권, SK증권은 올해 설립을 목표로 내부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선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우량 기업을 유리한 조건으로 M&A하면 일반 상장기업에 대한 주식투자보다 훨씬 많은 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공모 단계에서 M&A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지준 대우증권 IPO2부 팀장은 “회사 설립 이후 1년 이전에 합병등기를 하면 시가 기준으로 법인세가 부과되므로, SPAC들은 설립 1년 이후 합병을 성사시킬 것”이라며 “합병 성사 전까지는 SPAC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최소 1년 미만의 단기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PAC는 대부분 자금의 70% 이상을 개인투자자에게서 공모를 통해 확보하지만 이들이 제시한 공모가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발기인이 개인으로 구성된 공모주주에 비해 낮은 가격에 주식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적정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SPAC 주관사나 발기인 입장에서는 액면가가 무의미할 수 있지만 금융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일반 투자자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SPAC 공모가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편이 바람직 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소 불투명하게 책정된 공모가로 인해 나중에 시장에서 주식거래를 통해 참여하게 될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소지도 있다”면서 “이는 SPAC의 제대로 된 가치를 모르고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SPAC 공모가 과다 논란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국내 SPAC의 가격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조인강 자본시장국장은 “SPAC 가격은 수요를 반영한 가격으로 만일 과하게 책정된다면 공모에 실패할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발기주주 인수가격의 50~100배를 지불하지만 우리나라는 2~3.5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