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삼성이 ‘인재양성소’, ‘인재사관학교’로 불리기 까지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부터 이건희 회장까지 이어진 ‘인재제일주의’ 정신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 것처럼 두 사람의 인재론도 조금씩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과거 이건희 회장 비서실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지냈던 현명관 씨는 그의 자서전 ‘아직 끝나지 않은 도전’을 통해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인재론은 ‘한 명의 천재가 수천 명을 먹여살린다’는 것이 지론이다. 이런 인재론은 인재의 활용도에 있어서도 이병철 회장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병철 회장이 창업동지들과 함께 공채 출신을 양성했다면, 이건희 회장은 공채 삼성맨들 외에도 관계, 금융계,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력을 수혈받는 데 힘을 썼다.
창업주가 자신의 성격처럼 조직 장악력이 크고 맡은 일을 야무지게 처리하는 관리형 인물을 중용했다면 이건희 회장은 공채 위주의 인사가 파벌을 형성하는 등 동맥경화증을 유발한다고 판단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외부인사 영입에 힘썼다.”
이병철 회장은 ‘인재제일주의’를 평생 철저하게 고수했다. 이 회장은 기업이 성공하는 요체는 인간관리이며, 인사가 성공하면 기업은 당연히 성공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지닌 사람이었다.
1957년부터 공채를 시작한 삼성은 고 이병철 회장이 회사의 규모가 커져서 일일이 신입사원들을 만나볼 수 없게 되기 전까지는 직접 면접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사람을 고르는 것만큼 사후관리도 철저해서 일단 뽑은 사원들의 능력을 개발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사내교육을 실시했다.
이같은 그의 열정은 지난 1982년 국내 최초의 기업연수원인 삼성종합연수원을 설립,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인재양성을 위한 터전을 마련했다.
특히 이 회장은 △문제의식을 갖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사람 △적극적이고 실천력이 강한 사람 △책임감과 동료의식이 강한 사람 등을 선호해 이같은 점을 중점으로 삼고 채용·육성하면서 한국의 전문경영인 시대를 열었던 재벌 총수로 기억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도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초일류 기업을 위한 인재양성에 박차를 가했다. 이건희 회장이 특히 주안점을 둔 부분은 ‘핵심인재’.
이 회장은 세계일류 기업들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핵심인재 확보가 관건이라는 현실인식에 근거한 것으로, 핵심인력을 S(Super), A(Ace), H(High potential) 급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 2003년 제2의 신경영을 선포하면서 ‘천재경영’을 화두로 내세웠다.
이 회장이 말하는 천재란 놀기도 잘 놀고 공부도 효율적으로 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을 말한다. 그는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바로 ‘천재’의 예라며, 천재가 세 명만 있어도 삼성은 물론 한국경제가 차원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에서 능력보다는 부서 내 인간관계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신입사원을 선호한다는 결과는 다소 의외의 결과였다. 이에 반해 ‘일 잘하는 사람’은 5.1%의 지지율에 그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입사원이 회사의 활력소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능력은 시간과 경험이 해결해 줄 수 있지만 신입사원이 회사의 활력소가 되기를 바라는 선배들의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