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기업은행장 내정자는 30여년간 기업은행에 몸담아 왔던 만큼 지금의 기업은행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조 내정자의 역할이 중요시되는 이유도 이러한 배경에 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기업은행은 빠른 성장을 해왔다. 2007년 말 119조3042억원이었던 총자산은 올 9월말 현재 171조원으로 40% 가량 늘었다. 같은기간 국내 은행들의 평균 자산 증가율이 22.2%였던 점과 비교하면 눈부신 성장이다. 자산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1.85%,연체율은 0.72%로 양호한 수준이다.
정책 과제인 중소기업 지원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옥죌 때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위험 관리에 철저했다.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물론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IB)들도 놀랄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
기업은행이 이처럼 눈부신 성장을 해 왔지만 자산건전성, 민영화, 지주사 전환 등 앞으로의 과제도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조 내정자의 몫이 됐다. 조 내정자가 어떤 역할을 해주느냐에 따라 향후 기업은행의 모습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 조 내정자의 최우선 과제가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위험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엄격한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부 출신 행장인 만큼 정부와의 관계 정립도 과제다. 정부와 관계가 틀어지거나 정책 수행시 파열음이 날 경우 기업은행으로선 득 될 게 없다.
기업은행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실제로 김승경 전 행장(재임 기간 1996년2월~1998년5월)의 사례가 있어서다. 김 전 행장은 기업은행 전신인 농업은행 출신이다. 김 전 행장도 내부 출신으로 분류되는 탓에 정부와 관계 설정이 중요했다. 그런데 1997년 뜻하지 않게 외환위기가 찾아왔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김 전 행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당시 기업은행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민영화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도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개인고객 확충은 물론 다른 시중은행들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30여년간 기업은행에 몸담아왔던 만큼 기업은행에 대해 조 내정자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와의 관계, 리스크관리, 민영화 등 남아 있는 과제에서 조 내정자의 역할과 업무 역량에 따라 기업은행의 미래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