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저축은행 위기 대책이 이틀만에 6개 저축은행에 대해 ‘시간차 영업정지’를 내리면서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이번 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가 부실이 심한 곳에 몰려든 대규모 예금인출사태(뱅크런) 때문이라고 금융위원회는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말바꾸기와 설익은 정책으로 인해 금융당국 신뢰상실로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강한 불심감을 드러내고 있다.
◇뱅크런 자초…사전예방 대책 없어= 금융위는 지난 17일 전체 104개 저축은행을 재무 상태가 부실하거나 부실 우려가 있는 고위험군 10개사와 나머지 94개사 등 두 그룹으로 분리했다. 그리고 첫번째 그룹에 이미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 계열사 5곳(부산·대전·부산2·중앙부산·전주)과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정상수준(5%)을 밑도는 5곳(보해·도민·우리·새누리·예쓰)이 포함된다며 명단을 공개했다. 일종의 블랙리스트인 셈이다.
금융권에서 ‘블랙리스트’를 공개하는 시점에 이미 추가 영업정지는 예견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블랙리스트를 받아본 고객들이 자신의 예금에 대해 불안해 하고, 그 결과 대규모 예금인출사태를 불러올 것은 충분히 예상된 수순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밝힌 블랙리스트를 계기로 고객들의 불안심리가 가중돼 ‘뱅크런’을 가속화시켰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뱅크런이 가속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실 저축은행 명단을 밝힌 것은 시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오판”이라며 “애초에 한꺼번에 영업정지를 내리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은 채 시장의 불신만 더욱 키웠다”고 말했다.
◇추가 ‘영업정지’ 없나= 시장의 관심은 이제 남은 고위험군 4개사와 우량저축은행으로 분류된 94개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수준의 금융당국 신뢰도로는 추가적인 예금인출사태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뢰를 쌓아야 할 금융당국이 그동안 불신을 자초했다”며 “고객들이 고위험군 저축은행의 예금을 우량 저축은행으로 옮겼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금인출사태를 무사히 넘겨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가 가속화되면 금융당국의 ‘옥석가리기’가 또다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저축은행 부실화는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PF 부실화가 직접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회복으로 사업이 재개되지 않으면 지난 2008년 캠코가 매입한 PF 관련 채권까지 만기가 도래해 올해 실적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이 경우 금융당국이 추가 영업정지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