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이경규의 리더십

입력 2011-08-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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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신 사회생활부장

최고의 개그맨이자 MC였던 이경규에게도 시련의 계절은 있었다.

1981년 MBC 개그콘테스트 입상으로 데뷔한 후 20년 가까이 최고의 개그맨이자 MC로 군림했던 그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이휘재 등 자신보다 10년 이상 어린 친구들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이경규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몰래카메라‘ ‘이경규가 간다’ 등 한시대를 풍미했던 작품을 함께 했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물러나면서 이경규는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MBC에서도 버림받으면서 짧은 기간이지만 야인으로 지내기도 했다.

그가 재기하리라 믿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후배들을 윽박지르기만 하고 자신 위주로 프로그램이 돌아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가진, 삐뚤어진 성격으로 알려진 그가 많은 게스트가 투입되는 최근의 버라이어티 경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재기가 힘드리라던 세간의 평가가 뒤집히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MBC를 떠나 KBS와 SBS에서 활동을 재개한 이경규는 KBS 일요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과 SBS ‘스타주니어쇼-붕어빵’를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한물간 개그맨 취급을 당하던 이경규가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다. 호통의 리더쉽에서 소통의 리더십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는 더 이상 후배들을 야단치고 후배를 골탕먹이지 않는다. 또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후배들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고, 의견을 듣는 역할에 더 충실하다. 새카만 후배인 개그맨 윤형빈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하고 이경규 앞에만 서면 작아졌던 이윤석은 이경규에게 대들기도 한다. 후배들은 작당을 하고 이경규를 몰래카메라 주인공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이경규는 예전처럼 화를 내지 않고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이경규가 전혀 리더로서 역할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멤버였던 김성민이 불미스런 사건으로 프로그램을 하차하고, 두터운 젊은 층 팬을 확보하고 있던 이정진이 떠나는 등 위기 상황을 맞기도 했지만 이경규는 자신이 솔선수범해 위기극복에 앞장을 섰다.

이경규는 최근 전혀 다른 곳에서 다시 화제의 인물이 됐다. 최근 한국야쿠르트가 이경규가 방송에서 선보인 제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출시한 ‘꼬꼬면’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꼬꼬면은 출시 한달만에 매출이 60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한달 목표 매출이 30억원이었는데 2배를 초과 달성했다.

라면부문 매출 1위인 농심이 프리미엄급으로 출시한 ‘신라면 블랙’이 기록한 출시 한달 매출 10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신라면 블랙이 ‘신라면’이라는 대표 브랜드의 인지도와 인기에 힘입은 반면 ‘꼬꼬면’은 첫 라면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농심이나 오뚜기, 삼양라면 등에 밀려 꼴찌에 머무르던 야쿠르트는 ‘꼬꼬면’ 하나로 라면업계의 판도를 변화시킬 조심을 보이고 있다.

이경규가 화제가 되는 것은 단지 그의 이름을 단 ‘꼬꼬면’이 잘 팔려서가 아니다. 이경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다른 연예인처럼 아이디어만 제공하는 차원이 아니라, 직접 연구소에까지 달려가 기술적인 부문에까지 힘을 보태고 머리를 맞댄 것이다.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독불장군형 리더십’이 난무하고 있다. 정부는 ‘대화하자’고 기업을 불러 놓고 강압과 윽박지름으로 길들이려 한다. 마음이 맞지 않으면 바로 ‘내 사람’의 울타리에서 내친다. ‘안 되면 말고’ 식의 독불장군형 리더, 소통하지 않는 리더는 대부분 ‘고독한 결말’을 맞는다. 독불장군형 리더쉽에서 화합·소통의 리더십으로 변모해 재기에 성공한 이경규의 스토리를 눈여겨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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