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etoday.co.kr/pto_db/2011/09/20110922_0000000050.jpg)
고객들이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계는 멈췄고 직원들의 컴퓨터들도 전기가 안들어오니 모두 무용지물이 된 것입니다.
50년 전에 이 같은 정전사태가 일어났다면 어땠을까요. 짐작컨데 이번에 겪었던 혼란보다는 덜 했을 것입니다.
불과 1970년대만 해도 영업점 직원들은 주판과 펜만으로 은행업무를 봤습니다. 생각해보면 열 자리가 넘는 숫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은행에서 주판만으로 업무를 봤다는게 생소하기만 합니다.
당시 은행에서는 적금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이 받을 이자까지 행원들이 직접 산출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오늘 10만원을 가입했으면 이달 말에 받을 이자를 계산해 파악한 것입니다. 상품에 가입만 하면 적용금리가 제시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은행이 마감할 때는 영업점 텔러가 업무에 국한하지 않고 정사표를 뽑아 직접 입출 업무를 보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자동이체 시스템이 도입됐습니다. 은행원들은 고객들의 기일파일을 만들어 고객들이 언제, 얼만큼의 자금이동을 해야하는지 관리했습니다. 이는 은행 창구에 오는 내방고객들을 줄여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일환이었다고 합니다.
어느 은행권 관계자는 “센터가 자동으로 해주면서 요즘 직원들은 이자계산 방법을 거의 모르는 듯하다”고 얘기합니다. 전산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생산성도 높아졌고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서 실시됐던 은행업무가 전산화되면서 리스크 관리도 강화됐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은행들이 차세대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면서 고객서비스, 상품개발 등으로 효율성을 제고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가끔 수천억원의 비용이 투입됐음에도 전기 하나에 모든 업무가 정지되는 요즘 상황을 돌이켜 보면 50년 전 은행업무가 더 ‘스마트’했던 것 아닌지 우스겟스런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