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의 약발이 통했다.
일본은행이 10조엔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경제의 숨통을 조이던 엔고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79.58엔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 가치는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 발표 이후 엔에 대해 2.6% 올랐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14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에 제동을 걸기 위해 자산매입 기금 규모를 55조엔에서 10조엔(약 142조원) 확대했다.
기준금리는 0~0.1%로 동결했다.
유동성 공급이 확대하면 시중에 자금이 증가해 엔화 약세 압력이 커진다.
일본 민주당의 수석 정책담당자인 곤도 요스케 의원은 “일본은행의 결정은 훌륭했다”며 “아주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행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효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일본 정치권은 특히 고무적인 모습이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추가 완화 결정은 정치적 압력이 아닌, 중앙은행으로서 전문적인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일본은행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일본은행의 결정이 화끈하고 중요한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며 “달러·엔 환율은 올해 안에 100엔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은 대지진과 태국 홍수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수출이 대폭 침체한 영향으로 지난해 무역수지가 31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바클레이스은행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수석 외환투자전략가는 “대외 수지 악화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엔 매도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엔고 기세가 약해지면서 일본 당국의 환율 개입 가능성도 후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유로존의 재정 위기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은 엔화 약세 기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유로존 지도자들이 재정위기 봉합에 고전하고 있기 때문에 유로에 대한 엔화 약세가 지속되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지난달 16일 유로존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유로·엔 환율은 11년래 최저치인 97.04엔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