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고액연봉 집중해부]10%는 2500만원도 못 받아…‘임금 양극화’심각

입력 2012-05-2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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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따라 천차만별

#고길동(42살, 가명)씨는 대형 증권사 경영지원부서에서 과장직을 맡고 있다. 2007년 투자은행(IB)업무의 꽃으로 여겨지는 자기자본(PI)부에서 일하다 리먼사태 발발이후 자산운용부서로 자리를 옮긴 뒤 1년전부터 경영지원부서에서 사무직을 보고 있다. 승진 덕에 기본급은 늘었지만 성과급이 제외되면서 전체 연봉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PI부에서 일할 때는 상상할 수도 없던 금액이다. 치솟는 물가에 아파트 대출이자는 점점 더 늘어나고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막내 교육 걱정에 요즘 고 과장은 밤 잠도 설치고 있다.

‘신의 직장’, ‘고액 연봉’, ‘배우자 선호도 0순위’금융맨들의 수식어다. TV나 영화를 통해 전해지는 그들의 모습은 반듯한 정장차림에 고급스런 회의실에서 수백억원짜리 딜(거래)을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엘리트 집단으로 그려진다. 수억원에 달하는 기본급에 연말 성과급까지 더해지면 그들의 연봉은 그야말로 ‘책정불가’다.

치솟는 물가에 하루 한끼 점심값 마저 부담스런 직장인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금융권처럼 ‘빈익빈부익부’가 심한 곳도 없다. 위 사례의 고 과장처럼 일반 사무직에서 일하는 금융맨들은 타 업종의 직장인들과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실제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억대 연봉을 받는 금융맨은 10명중 1명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IB, 자산운용업무에만 집중돼 있다. 핵심 부서의 연봉이 금융맨 전체의 모습인냥 과대 포장됐다는 얘기다.

◇금융맨 5면중 1명, 2500만원도 못받는다

‘고액연봉’으로 포장된 금융맨들의 월급봉투에는 거품이 많이 껴있다.실제 금융위원회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의뢰해 작성한 ‘2011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 직원 중 억대 연봉을 받는 이들은 11.7%에 불과하다. 10명중 1명만이 억대 연봉을 받는 셈이다.

2500만원~5000만원을 받는 직원이 전체 30%로 가장 많고 5000만원~7500만원(26.7%), 7500만원~1억원(20.3%)가 그 뒤를 잇는다. 2500만원도 못 받는 직원도 10.7%에 달한다.

최근 전지현, 현영 결혼으로 배우자 선호도 수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외국계 금융맨들의 경우 1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사람은 10.4%에 불과하다. 국내 금융권 보다 더 짠 셈이다. 2500만원~5000만원(41.8%), 5000만원~7500만원(28.3%)등 중간 규모도 더 두텁게 분포돼 있다.

직무별 급여 수준은 IB가 가장 높다. 1억원 이상 받는 직원이 25.5%에 달한다 4명중 1명꼴은 1년에 1억 이상을 번다는 얘기다. 보험(49.1%), 연금(27.5%), 준법감시(30.1%)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은도 5000만원~7500만원 미만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경영지원(31.9%), 마케팅(29.1%), 영업(28.8%) 등은 5000만원~7500만원미만 분포가 상대적으로 많다.

이상돈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원은 “국내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연공서열에 따른 급여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균 근무 기간이 짧은 투자 직무 종사자들의 임금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직무 특성이 고용 인력의 업무 능력 수준과 임금에 반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만두는 40대 여직원 多…유리천장 ‘여전’

‘유리천장’도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남자 40대면 한창 일할 나이지만 금융권 여직원들은 만만치 않다.

돈과 관련한 업무다 보니 신경은 한상 곤두서 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되는 업무에 몸은 녹초가 된다. 결국 이들은 육아와 가사를 동시에 감당하지 못하고 여의도를 떠난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여성 인력 10명 중 8명 이상(82.3%)이 30대 이하다. 40대 비중은 15.3%, 50대 이상은 2.5% 뿐이다. 50세 넘어서까지 금융권에서 일하는 여성은 100명 중 2~3명 밖에 안된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40대 이후 금융권 종사자의 남녀불균형은 더 극심해 진다. 20대는 여성 비중이 69.4%로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고 30대에는 49.5%로 남성과 비슷한 비중을 보이다 40대들어서면 20.4%로 급감한다. 50대가 넘어서면 그 비중은 10명 중 1명 꼴(11.8%)로 더욱 낮아진다.

남녀 차이는 직무별 분포에서도 두드러진다. 대졸 이상 여성 인력 중 절반이 넘는 51.7%가 은행 창구 등 영업 부문에, 26.9%는 경영지원 등 후선 업무에 각각 배치된다. 반면 연금(0.2%) 자금조달(0.6%) 투자은행(0.9%) 자산관리(1.5%) 위험관리(1.7%) 등 전문성이 많이 요구되는 직무에서 일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이 연구원은 “금융업계 전반적으로 여성이 단순ㆍ보조 업무를 중심으로 고용돼 있음을 알수 있다”며 “창구 영업의 경우 나이 많은 인력을 배치하기 쉽지 않은 데다 여성의 취업 포기도 늘면서 40대 이후 여성 비중이 급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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