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 기업은 물론이고 전문가들까지도 찬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먼저 찬성을 하는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의 기금을 높이기 위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전문적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해 기금운용 수익률을 2.3%에 불과했다. 이는 은행에 예금해 놓고 이자를 받는 것보다 낮은 수익률이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1%포인트만 끌어올려도 2060년에 예상되는 기금 고갈 사태를 10년 연장할 수 있게 된다.
김춘식 민생경제정책연구소 본부장은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나빠진 원인은 잘못된 주식투자이다”라며 “지난해 주식에서 -9.5%의 손실을 입었는데 손실을 줄이려면 투자기업의 경영상태를 제대로 규율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기업들 가운데 자동차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완성차 메이커의 경우 전방산업과 달리 5~7년 주기의 신차 사이클을 운영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략은 필수이며 안정적인 거대 연기금 지분이 존재한다는 것은 전략 수립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박상원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지분이 참여한다는 것은 자동차 회사의 거시전략 수립에 유리하다”라며 “현대기아차의 경우 최근 급성장을 발판으로 영업이익률이 높은 만큼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적절한 수익을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반대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로 기업 지배구조나 경영 투명에 개입할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혁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것이 급선무라는 의견이다.
김영용 전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기업 중심의 이윤과 손실 체제에서 국민연금 운용 주체가 더 많은 이윤을 낼 수 있는 기업을 만든다는 건 논리와 실증이 없다”라며 “국민연금이 더 잘할 수 있다는 기업 경영에 관여하지 말고 스스로 기업을 설립하고 인수해 원하는 지배구조로 많은 이윤을 내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민연금이 사기업 체제에 정부 개입의 수단으로 이용되면 사실상 사기업 국유화를 통해 정부 구성원과 정치인의 이익 챙기기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측에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결국 정부의 대기업 때리기의 창구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이사장 선임만 보더라고 정권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의 창구가 되는 셈”이라며 “또한 의결권이 강화되면 강력한 고액 배당 압박을 넣을 수 있는데 이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