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조두순의 악몽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나주에서 7세 여아를 이불채로 납치해 성폭행 한 뒤 폭우 속에 버리고 간 사건이 발생했다. 끔찍한 아동 성범죄는 솜방망이 처벌, 높은 재범율, 가해자의 자기합리화 등 우리사회의 낮은 성범죄 의식이 키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세 미만 성범죄자 절반 풀려나…양형기준 낮아 문제= 알고보니 법원이 그 원인이었다. 아동 대상 성범죄 처벌에 엄격해야 할 사법부가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형사법관포럼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1심 선고 기준으로 13세 미만 아동 성번죄 전체 사건 피고인의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6.8% 증가했다. 성폭행이나 강제유사성교 등의 집유 선고 비율은 감소했지만 발생 비율이 높은 강제추행의 집유 비율은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무기징역을 포함한 실형 비율도 지난해보다 3%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성범죄 법정형은 높아졌지만 양형 기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2년 현재 대법원의 양형기준은 일반 강간의 경우 피해자가 13세 이상이면 1년 6개원~7년, 강간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면 6~15년을 선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발생 추이와 동향 분석’ 결과 2000~2010년까지 아동 청소년 강간범 중 35%는 3년 이상~5년 미만의 형을 받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한 관계자는 “성폭력 범죄의 법정형 상향조정과 처벌이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실형에 영향을 주는 양형유지가 중요한데 이를 선고하는 법조인의 성범죄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소용 없다”고 말했다.
◇‘나도 피해자도 둘 다 운이 없어 일어난 일’= 성범죄자들의 반성도 실종됐다. 나주 성폭행범 피의자 고종석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자기합리화로 일관했다.
고종석을 면담한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권일용 경감은 “피의자 고종석은 ‘나도 피해자도 둘 다 운이 없어서 일어난 일’이라며 이번 사건을 피해자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등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이 없다”고 말했다.
권 경감은 “피의자가 ‘죽고 싶다, 죄송합니다’고 말 하지만 피해자의 고통보다는 앞으로 자기에게 벌어질 일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며 “일반적인 성범죄자와 같이 피해자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범죄 죄의식을 비롯해 범죄에 대한 반성은 어렸을 때 훈육 과정에서 습득해야 하는데 고종석의 경우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라 이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많은 성범죄자들이 죄의식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 합의로 끝나는 등 낮은 성범죄 의식이 간접적으로 죄의식을 못 갖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여가부 권익지원과 장유남 사무관은 “성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어렸을때부터 올바른 성 인권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현실적인 성교육 및 성 인권 교육이 필요”하다며 “학생 뿐 아니라 교원양성단계부터 성 인권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