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청은 8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상승했다고 3일 발표했다. 이는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4%에 달하던 물가는 올해 3~6월 2%대로 떨어진 뒤 최근 2개월 동안 1%대를 유지하고 있다.
물가가 낮으면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1%대의 낮은 물가가 지속될 경우 기업들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과 투자를 줄인다. 이는 자연히 근로자의 고용과 임금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이는 다시 재고증가→기업의 생산·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경기 침체로 수출도 줄었다. 지식경제부는 8월 수출이 429억7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2% 감소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2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수출이 줄면 재화를 만들어내는 기업의 활동 위축은 불가피하다. 또 8월은 수입도 9.8% 감소한 409억3000만달러였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20억4000만달러 흑자였으나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 기조’였다. 그나마 흑자 폭도 지난달(27억5000만달러)보다 줄었다.
심지어 한국경제가 활력을 잃고 불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확실시 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례적으로 중간보고서 형식으로 올해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2%대로 대폭 낮춰 잡을 예정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 같은 저성장 기조가 내년까지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당초 4.3%로 예상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이달 말 국회에 내년 예산안을 제출할 때 하향조정할 계획이다.
한국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지자 정부는 최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북돋우기 위한 규제완화책을 내놓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당초 계획한 8조5000억원의 재정투자계획을 10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이달 중순 발표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