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를 상시 가동해 주요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던 여야의 약속이 또 다시 공염불에 그쳤다. 상임위별로 여야 간사 간 합의만 이뤄지면 회기와 상관없이 상임위를 열 수 있지만, 정쟁에 매몰된 국회는 잠만 자고 있다.
‘이투데이’가 국회 법안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7일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은 무려 4530건에 이른다. 여기에 각종 결의안과 규칙안, 징계안 등 다른 안건까지 더하면 총 4627건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19대 국회가 열린지 1년 3개월여 지났지만 지금까지 47차례 열린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가결 632건, 폐기 761건 등 1454건. 본회의가 한 번 열릴 때마다 31건이 처리된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현재 계류 중인 4530건의 법안을 모두 처리하려면 본회의만 146번을 열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매일매일 새로 법안이 새로 발의돼 쏟아져 나오는 것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수백 번을 더 열어야 할지도 모른다. 다만 비슷하거나 중복되는 법안이 다수 있는 만큼 상임위 심사가 속도를 낸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숫자다.
문제는 민주당이 국정원 개혁에 나서겠다며 장외로 나가면서 상임위 논의는 꿈도 못 꾸게 됐다는 것이다. 일부 특별위원회를 제외하면 대부분 상임위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툭하면 파행을 거듭하다 결국 제대로 논의조차 해보지 못하고 회기종료로 폐기된 법안이 6400건이나 된다. 상임위를 상시 가동하기로 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지만 말 뿐이었다.
이에 따라 일자리 창출과 투자·부동산거래 회복 등 경기활성화를 위한 법안들마저 진전을 보지 못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두 달째 중단되면서 작년 2012년도 결산심사와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조율 작업은 완전히 멈춰 섰다. 해마다 반복된 예산안 부실심사가 재연될 조짐이다.
국회 관계자는 “지금부터 법안심사에 나서지 않으면 9월 정기국회에서도 다수 법안이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처리되더라도 졸속·부실심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