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메가트렌드에 주목하라’(이레미디어)는 사적 이야기와 메가트렌드 전망이 적절히 배합된 흥미로운 책이다. 젊은 날 역사학을 공부한 사람답게 저자의 전망은 지엽적이거나 기술적인 것들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전망이 맞아떨어질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짐 로저스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으로 어느 나라나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현 상황에 대해 이러한 의견을 제시한다.
“다만 우리 세대에서 상황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을 듯하다. 여러 국가의 엄청난 부채 때문에 우리 모두의 생활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정치와 경제 혼란기에 늘 그랬듯이 유서 깊은 기관, 전통, 정당, 정부, 문화 심지어 국가가 붕괴하거나 아예 사라질 것이다.”
2007년 아시아로 이주해 중국 상하이를 거쳐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는 저자의 아시아 사랑은 유별나다. 긴 역사에서 국가의 흥망성쇠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자신과 가족 모두가 아시아의 미래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한다. “똑똑한 사람은 19세기 초라면 런던으로 이주할 것이고, 20세기 초라면 뉴욕으로 이주할 것이다. 21세기 초라면 아시아로 거처를 옮길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사적 이야기도 많이 풀어 놓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하는 것일까. 2010년 짐 로저스가 대학을 방문한 자리에서 젋은이들에게 던진 인생 훈수, 즉 “인생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여러분 자신을 더 잘 알아야 합니다. 진실을 이해하려면 매우 깊이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라는 문장에 그 답이 들어 있다.
그는 역사를 공부한 투자가답게 역사에서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해 말한다. “오늘 이론의 여지없이 확실해 보이는 사안도, 내일이면 매우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이다.”
탁월한 투자에 대한 그의 경험담 가운데 몇 가지를 살펴보자. 한쪽 구석에 쌓이는 돈이 보일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라는 것이다.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의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확신하면서, 매우 싸서 구석에 쌓인 돈을 집어오는 것처럼 실패할 염려가 없는 기회를 발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가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가치가 있다. “파산이 없는 자본주의는 지옥이 없는 기독교와 같다.” 위기라고 호들갑을 떨 때마다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단기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구제금융을 실시하면서 상황을 꼬이게 만들어 버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는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에게 금융업이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괜찮은 직장인지 스스로 되물어보라고 권한다. 금융업의 미래에 대해 우울한 전망을 하지만 이 점에 있어서 짐 로저스의 전망이 올바른지는 의문이다.
그는 농업의 장래에 대해 무척 밝은 전망을 내놓는다. 이유는 재고가 매우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이 부분도 올바른지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선동적이긴 하지만 대단히 유익한 자전적 전망서이자 자서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