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상수지가 28개월재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또 올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져 올해 연간 경상수지가 역대 가장 큰 규모인 84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6월 경상수지가 79억2000만달러 흑자로 잠정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이로써 경상수지는 2012년 2월 24억1000만달러 적자에서 3월 38억1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선 뒤 28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
이번 경상수지 연속 흑자 기간은 역대 두 번째로 길다. 지금 적용하는 기준의 국제수지 통계가 편제된 1980년 이래 경상수지 최장 흑자 기간은 1980년대 중후반의 38개월(1986년 6월∼1989년 7월)이다.
또 올 1∼6월 누적 경상흑자는 392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로 조사됐다.
다만 6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14억2000만달러(21.8%) 늘었으나 전달보다는 11억6000만달러(12.8%) 줄었다.
이는 경상수지 가운데 상품 수출입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6월 상품수지는 5월(91억3000만달러)보다 축소된 66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상품수지는 사상 최고치였던 4월(106억5000만달러) 이후 두달 연속 감소세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상품수지가 통관기준보다 적게 나왔다”며 “이는 선박 계상기준이 통관과 달리 돈이 실제로 들어오는 영수기준으로 잡기 때문에 적게 나온 것일 뿐 큰 변화는 없다”고 진단했다.
상품수지 중 수출은 502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늘었다. 품목별(통관기준)로 보면 디스플레이패널(13.4%), 반도체(10.7%), 자동차부품(8.8%), 철강제품(8.5%) 위주로 6월 수출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도 436억3000만달러로 0.2% 증가했다. 품목별(통관기준)로 보면 정보통신기기(69.5%), 승용차(62.4%) 위주로 늘었다.
서비스수지의 적자규모는 기타사업서비스 수지 등의 악화로 5월의 3억4000만달러에서 5억8000달러로 확대됐다.
일각에서는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 국장은 “경상수지가 내수가 부진했기 때문에 줄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수출입 물량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며 “세계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제조업에서 비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이 늘어나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 기조도 견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국장은 “경상수지는 수출입 동향으로 봐서 큰 추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며 “경상수지 상반기 수치가 전망치 400억달러보다 약간 미치지 못하는 392억달러지만 이달 전망치를 내놓았을 때와 상황은 크게 변함이 없다”며 고 평했다.
다만 7월에는 경상수지 규모가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7월에는 본격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이 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본원소득수지의 흑자규모는 5월의 7억3000만달러에서 6월 22억3000만달러로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주로 자동차 업종에서 배당 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전소득수지는 3억8000만달러 적자로 5월(4억4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축소됐다.
상품·서비스 거래가 없는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금융계정은 유출초 규모가 5월 81억3000만달러에서 98억4000만달러로 커졌다.
부문별로는 외국인 직접투자의 순유입 전환으로 직접투자 유출초가 5월 33억4000만달러에서 6월 20억6000만달러로 줄었다.
증권투자는 외국인의 주식투자가 감소해 유출초가 5월의 33억1000만달러에서 6월에는 42억2000만달러로 확대됐다.
기타투자의 경우 금융기관의 대출 확대로 유입초가 4월의 39억5000만달러에서 2억8000만달러로 크게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