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신세계 3500억 증여세...'너무 튀는거 아냐'

입력 2006-09-08 11:33 수정 2006-09-0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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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家 경영승계 준비하다 당혹...한화처럼 단계적으로 주식 증여

경영권 승계작업을 추진중인 재벌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7일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이 보유지분을 아들 정용진 부사장과 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에게 전격 증여하면서 350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내겠다고 선언하자 알게 모르게 그룹 승계를 준비해오고 있는 재계가 고민에 빠졌다.

다른 재벌들이 경영권 승계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는 상황에서 신세계가 “정정당당하게 증여하고 세금도 다 내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재계는 상속세 폐지가 거론되는 시점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될 3500억원의 증여세를 낸다는 점과 그동안 편법 상속 관행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터라 파장은 충격이 더욱 클 전망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같은 대기업으로서, 신세계가 혼자만 튀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신세계 발 후폭풍에 대해 가장 크게 신경을 쓰는 곳은 역시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에버랜드 의 전환사채를 통해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상무로의 지분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려다가 검찰 수사라는 암초에 부딪쳤다.

현재 검찰의 수사가 이건희 회장은 물론 이재용 상무에까지 확대되고 있고 신세계 증여세 여파로 수사의 방향이 강경해지지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이재용 상무가 에버랜드 지분 25.1%를 보유하고 있으나 지난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낸 증여세는 고작 280억원에 불과하면서 시민단체의 지탄을 받아 오고 있다.

현대, 기아차 그룹 역시 정의선 기아차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정몽구 회장이 수감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정 사장은 기아차 지분 2.0%를 보유했을 뿐 현대모비스, 현대차 등의 주요 계열사 지분이 거의 없는 상태여서 앞으로도 경영권 이양작업에 있어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실탄(돈)'이다. 정 사장은 지난해 글로비스 상장으로 투자원금의 10배가 넘는 7653억원의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렸다. 하지만 신세계처럼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주식 5.2% 등을 정의선 사장에 증여해 경영권을 승계하는 방식을 따르면 정 사장은 5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수치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현대모비스나 현대제철의 지분을 인수해 지주회사로 전환시킨다는 시나리오도 일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 그룹은 말썽 많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연결되는 순환출자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정비하는 동시에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후계구도를 확립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한진그룹도 뚜렷한 대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장이 소유한 대한항공 지분율이 0.03%에 불과하다. 그룹을 승계 받기 위해선 조 회장의 9.6% 지분을 다 넘겨받아야 한다. 지분 매입에 필요한 자금 1070억원이 필요하다.

주식 증여도 거액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주식의 시가로 따져 증여 금액이 1억원 이하면 10%이지만 1억∼5억원이면 기본 1000만원과 1억원 초과분의 20%를 합한 금액을 세금으로 내기 때문에 증여세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가령 증여금액이 30억원 초과할 경우 기본 10억4000만원에 30억원 초과분 50%를 더한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대주주가 주식을 양도할 때 내는 20%(발행 1년 내 30%)의 양도세와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세율 차이가 이처럼 크다보니 과거엔 주식을 시장에 팔아 그 금액을 2세에게 넘겨주고 2세가 다시 주식을 사는 편법을 동원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재용 상무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가 바로 이런 사례에 해당된다.

증여세는 증여 시점 전후 2개월 간의 주식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낸다. 신세계가 하필 이때 증여를 결정했다는 것은 주가가 바닥을 쳤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이왕 낼 증여세라면 주가가 조금이라도 쌀 때 넘겨 세금 줄이자"식의 주식증여가 늘어 날 전망이다. 아예 미성년자인 2ㆍ3세 자식들에게 미리 물려준 현금을 종잣돈으로 삼아 회사 주식을 사들이게 하기도 한다.

실제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0대 재벌의 오너 일가 가운데 만 24세 이하 48명이 보유한 상장 계열사 주식 수는 1484만주로 평가금액이 4000억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한화ㆍLGㆍLSㆍGS그룹 등에 젊은 주식 부자들이 다수 포진해 있으며 지분가치가 100억원 이상인 이들도 15명에 이른다.

대표적인 예가 한화그룹이다.

지난 7월 한화증권은 (주)한화 주식 200만주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에게 동관ㆍ동원ㆍ동선씨에게 매각했다. 매각한 지분은 주당 2만3700원씩 총 474억원으로, (주)한화 전체 지분 중 2.6%에 해당한다.

삼형제의 (주)한화 지분은 기존에 보유했던 주식과 합쳐 4.6%로 늘어나 4대 주주를 구성하게 됐다. 김승연 회장은 주식 매수라는 돈이 많이 드는 방법을 택한 데에 자금 여유가 될 때마다 증여세를 내면서 조금씩 세 아들의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주식 매입에는 90억원 안팎의 증여세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선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증여와 같은 편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라는 시각이 팽배해 지고 있어 김 회장이 서둘러 지분을 물려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단체들이 신세계의 이번 증여에 대해 “반기업 정서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겉으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증여 및 상속세가 경영권 안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원론적 관점을 보이고 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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