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는 지난 2004년부터 사용후핵연로 처분을 위한 연구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지상으로부터 450m 깊이의 동굴을 파는 작업으로 여기에는 핵연료로 쓰고 남은 찌꺼기가 된 폐기물들을 처리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연구시설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실제로 공사는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 계획한 위치까지 땅굴은 뚫려 있었지만, 벽면의 거친 화강암들은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고 이곳에 들어서야 할 장비들 역시 초기 설치만 돼 있을 뿐이었다. 수직으로 450m이지만 우회해 약 5km 남짓한 동굴을 파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100m를 파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에우라요키 시는 헬싱키에서 약 240km 떨어진 소규모 도시로 현재 이곳에 6000여명이 살고 있다. 이곳에는 핵 발전소 2기가 가동 중이고, 현재 1개의 핵 발전소 추가 건설과 더불어 다른 1기의 핵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포시바(POSIVA)라는 법인회사가 사용후핵연료처리 시설의 확실하고 안전한 처리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1월께 핀란드 정부가 안정성, 적합성 등의 여부를 따져 승인을 허가하면, 바로 옆에 연구 시설과 같은 처리 시설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사용후핵연료 폐기물은 캐니스터라는 저장용기(철과 구리로 만든 지름 1m, 길이 3.5m~5.2m의 원통)에 담겨 2020년부터 100년 동안 9000톤 가량을 이곳에 영구적으로 묻히게 될 예정이다.
현재 원전 4기를 보유하고 있는 핀란드는 지난 1983년 원전 초기운행 될 당시부터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이에 핀란드 정부는 약 10년간 핀란드 전국에 대해 지질조사를 했다. 그 결과 에우라요키(Eurajoki), 로비사(Lovisa), 쿠모(Kuhmo), 아아네코스키(Aanekoski) 등 총 4개의 도시가 후보지로 선정된 바 있다. 마침내 지난 2000년 남서부 해안도시 에우라요키를 최종 후보지로 확정되기 이른다.
현장에 동행한 얀넨 연구원은 “핀란드 정부가 이 최종처분시설에 대한 영업허가를 내주려면 우리(포지사)가 기술력을 증명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무리 없이 잘 해왔고 안정성만큼은 자부한다. 이 때문에 정부로부터 허가는 반드시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에우라요키에 처분장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기까지 순탄한 과정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에우라요키 시의회에서 부지 선정을 위한 투표를 벌인 결과 찬성 59%, 반대 31%, 모르겠다 10% 됐었다.
그렇지만 핀란드 정부와 포시바 사는 철저한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을 지자체와 시민에게 맡겼다. 안전에 관한 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도 귀 기울였다. 이 같은 노력으로 정부, 지자체 측과 시민들 사이의 큰 갈등 없이 처분장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월성(2018년)·영광(2019년)·울진(2021년)·신월성(2022년) 순으로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에 이를 예정이다. 현재 포화 기간을 늘리고자 간격을 좁히고 다른 원전으로 옮기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지만 2024년 전에는 처분장 설치가 완료돼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민간 위원 13명으로 구성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를 출범했지만 처분장 마련을 위한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포화가 예정된 상황에서 이를 대비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처분장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