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핀테크와 금융 규제

입력 2014-12-2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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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스마트 혁명의 초연결망은 개인-개인(Peer to Peer)의 직접 연결을 촉발하고 있다. 미디어, 상거래에 이어 금융도 P2P 혁명에 돌입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핀테크(Finance + Techonology) 혁명의 본질이다. 핀테크 혁명에 뒤처진 국가는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점에서 핀테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최근 금융연구원은 금융당국의 규제가 우리나라의 핀테크 기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발표를 했다. 금융연구원은 ‘금융과 통신의 융복합 과제’ 세미나를 통해 “외국의 전자금융업 규제가 우리에 비해 결코 완화적이지 않다”며 “규제보다는 금융기관의 낮은 혁신 의지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단지 개별 금융기관의 혁신 의지 부족으로 한국 금융 경쟁력이 세계 80위라는 아프리카 수준으로 추락한 것인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영신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수석연구원은 “전통 금융산업에 규제라는 보호막이 있다”고 단언했다. 2011년 현대캐피털 등 4대 거대 금융사고에서 금융기관들은 면죄부를 받았다. 이유는 규제라는 보호막을 지켰기 때문이다. 당국의 규제만 준수하면 보호해 주는 것이 한국의 금융제도였다. 결과적으로 금융기관들은 혁신의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다. 금융기관의 혁신의지 부족은 금융당국의 규제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닌 것이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기술력을 가진 한국이 핀테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건 과도한 규제 때문으로, 결제든 송금이든 반드시 카드, 은행 등 금융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비금융 IT 업체가 단독으로 금융업을 영위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규제가 핀테크의 핵심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은 금융기관들이 금융당국 규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국의 금융당국은 전 세계에 유례없는 상세한 규정으로 금융기관을 지도(?)하고 있다. 법률도 아니고 시행령도 아니고 시행세칙도 아닌 금감원 내부의 금융감독규정시행세칙에 근거한 전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규제가 한국 금융기관을 ‘다 큰 아이’로 만든 것이다.

2009년 기업호민관실 주도로 ‘공인인증서 개혁’ 운동이 진행될 때도 금융연구원은 유사한 세미나를 통해 한국의 공인인증서 유용성을 강변했다. 그 결과는 ICT강국이 ICT금융인 핀테크 후진국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 아닌가. 공인인증서와 지불결제(Pay Gate)가 한국을 금융 갈라파고스로 만든 한국 금융의 양대 규제였다.

당시 기업호민관실에서는 BIS로 알려진 전자금융의 국제협약인 바젤 협약 준수를 촉구한 바 있다. 바젤 협약은 “기술의 진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특정 기술을 획일적으로(one size fits all)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력한 어조로 명시하고 있다. 또 “비밀번호, 일회성 비밀번호, 생체신호, 보안토큰, FDS 등 다양한 보안기술을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반드시 결정해야(must determine)”하도록 하고 있다. 바젤 협약이 너무나도 강력한 어조로 탈규제와 금융권 자율을 강조한 이유는 수많은 정부기관이 획일적 규제의 유혹에 빠져들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와 같은 획일적 규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으나, 한국은 바젤 협약을 준수하지 않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올해 2월 창조경제연구회의 인터넷금융 포럼에서 제시한 공인인증서와 지불결제 문제 해결의 핵심은 △전자금융법을 바젤 협약 정신에 부합시키고 △평가를 민간에 위임하라는 것이었다. FDS와 징벌적 배상을 도입해 사전 규제에서 사후 평가로 규제 패러다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10월 전자금융법이 개정되고 12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핀테크에서 금융회사들의 기득권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사전적 규제 방식에서 사후점검 방식으로 기존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해, 오프라인 중심의 금융규율을 모바일 시대에 맞게 재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극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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