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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회로기판(PCB)은 구리 배선이 가늘게 연결된 판으로 각종 부품을 연결시키는 핵심 전자 부품이다. 휴대폰, 컴퓨터, LCD TV,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국내 IT 분야 5대 수출품 중 하나로 지난해 5조4000억원의 생산액을 기록해 전년 대비해 17%가 넘는 급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PCB 제조 과정 중 구리 등의 중금속이 포함된 폐수가 배출돼 심각한 수질 오염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또한 배출된 중금속이 먹이연쇄에 따라 동물의 체내에 축적되면 피부염, 소화기 및 신경계 장애, 암, 기형아 출산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유럽연합의 환경유해물질제한지침(RoHS) 등 선진국들이 부품의 친환경성 여부를 구매의 주요 척도로 삼기 시작하면서, 환경 유해성이 없는 PCB 그린 생산기술은 관련업계가 풀어야 할 공동의 숙제로 떠올랐다.
생기원 강경태 박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산전자산업, 엑큐리스, 대주전자재료와 산·연 공동 연구에 착수, 폐수를 발생시키지 않는 ‘다층 연성 인쇄회로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
산업자원부가 추진 중인 청정생산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연구과제에는 3년간 정부 13억원, 민간기업 13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됐다.
다층 연성 인쇄회로 제조기술'을 적용한 생산기술이 실용화되면 연간 1000만 톤 이상 발생하는 중금속 폐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돼 환경오염 예방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이 PCB 제조업체 전반에 보급될 경우 연간 100MW급 화력발전소 1기의 전기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기존 6 단계였던 PCB 제조 공정이 2단계로 대폭 단순화 된다. 생산공정 단순화에 따른 재료 및 생산비용 절감 비용만도 매출액의 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태 박사팀은 앞으로 이번에 개발된 연성 인쇄회로 제조기술을 임베디드 PCB, 플렉시블 태양전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의 핵심 전자부품 친환경기술 개발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