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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에 대한 산업은행의 5000억원 현물출자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논의됐지만 아직 출자방식과 출자대상 등 기본적인 사항도 협의되지 않은 상황이다.
출자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출자 이후 산은의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은행법에 따라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지분법 평가로 수은의 손실 등이 산은에 연결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은 5000억원 규모의 현물출자에 대해 실무자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수은은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산은에 출자신청 공문을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은의 현물출자는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 처리 방안을 논의하면서 협의된 사안이다. 앞서 정부는 수은에 대한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완료했다.
수은 관계자는 “규모가 더 큰 정부 출자를 마무리 짓고 산은 출자를 추진하느라 늦어졌다”며 “현물대상을 선정해 가치를 측정하고, 출자방식까지 결정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19일 기준으로 수은 지분의 13%(1조1536억원)를 보유 중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각각 73.9%(6조5595억원), 13.1%(1조1650억원)의 지분을 보유해 1,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산은이 5000억원을 추가 출자하면 산은의 출자금은 1조6536억원으로 지분율이 17.6%로 증가해 한국은행을 넘어서 2대주주가 된다.
이렇게 되면 지분율이 15%를 넘어서게 돼 당국의 승인이라는 추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행 은행법은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 주식을 15% 이상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업에 투자하는 건 크게 제한을 두지 않는다. 개별한도 보다 총한도를 중점적으로 본다”며 “일정 조건 이상이면 30%까지 지분투자를 허용하기 때문에 당국 승인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분율이 추가로 올라갈 경우 지분법 평가상 다소 복잡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20%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하면서 지배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시장가치나 연결이 아닌 연결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지분법 평가를 적용한다.
지분법을 평가해 적용하면 산은이 보유한 수은의 지분만큼 수은의 손익이 산은의 손익으로 반영된다. 따라서 취약업종에 대규모 여신을 보유한 수은의 손실이 산은의 리스크로 인식될 여지가 커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대주주는 정부이기 때문에 재무제표 연결 여부는 선택의 문제지만, 지분법 평가는 다르다”며 “아직 수은이 출자를 신청한 상황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