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령자들의 은퇴 희망시기와 실질 은퇴시기에 상당한 갭을 보이고 있으며, 은퇴 이후에도 가족에 대한 경제적, 비경제적 지원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는 은퇴자들이 가정과 사회에 수십억달러의 가치로 환산될 수 있는 기여를 하고 있으며 생각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활기찬 노후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SBC그룹이 영국 옥스포드 대학과 함께 전 세계 21개국 4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2만1000명(각 나라별 1000명)에 대해 실시한 "은퇴의 미래3" 글로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후 인구를 사회 및 가정이 부양해야 하는 큰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고령으로 인식되던 70대가 인생의 황금기인 ‘새로운 50대’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조사 결과 노후생활에 관한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가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선진국의 노인들이 노후에 대해 훨씬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활기찬 노후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에 대한 기여, 삶의 질, 건강 등의 부분에서 선진국과는 차이를 보였으며, 40, 50, 60, 70대 전 세대에 걸쳐 가족에 대한 경제적, 비경제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 이는 개인의 행복보다는 가족에 대한 헌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인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며, 한국 노후 인구의 가족에 대한 긍정적인 역할을 시사한다. 반면 이로 인해 개인의 노후준비 및 생활이 선진국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경제도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는 단계이므로, 머지않아 우리도 선진국처럼 보다 활기찬 노후를 즐길 수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희망은퇴 연령에 비해 은퇴하는 연령이 낮고, 개인이 노후생활을 부담하고 있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개인이 보다 계획적으로 노후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의 핵심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면 한국인들은 은퇴 후에도 가족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런 성향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평균이 60대 38%, 70대 30%인데 반해 한국의 경우 60대 83%, 70대 64%에 이르며, 같은 아시아권의 일본(60대 17%, 70대 9%) 홍콩(60대 20%, 70대11%) 보다도 월등히 높다.
은퇴 후에 가족들에게 보살핌과 가사 지원을 제공한다는 비율은 전 세계 평균이 60대 30%, 70대 21%로 나타난데 반해 한국은 60대의 73%, 70대 65%로 나타나, 한국인들은 가족에 대한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비경제적 지원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같은 아시아권의 일본(60대 14%, 70대 7%), 홍콩(60대 14%, 70대14%), 그리고 싱가포르(60대 19%, 70대 20%)의 낮은 수치들을 볼 때 한국인들이 가진 강력한 가족관계와 책임감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보여진다.
전 세계의 노인들은 보수를 받지 않는 여러 가지 자원 봉사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약 1/3이 현재 자원 봉사활동을 하고 있거나 과거에 자원봉사 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으며, 이들 중 50% 이상이 주당 반나절 이상을 자원 봉사에 할애하고 있다고 답했다.
영국에서는 60대 이상의 노인들이 주당 약 1800만 시간, 또는 연간 약 7억9200만 시간을 자원봉사에 할애하고 있다. 영국의 최소 시급이 약 5.35파운드임을 감안하면 이들의 자원봉사는 연간 42억파운드에 달하는 금액이다.
미국은 60대 이상 노인의 자원 봉사 활동은 연간 36억7000만 시간에 달하며, 연방정부에서 정한 최소 시급이 5.15달러임을 감안했을 때 이는 매년 189억달러에 달하는 가치로 환산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60대의 21%, 70대의 16%가 자원 봉사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나타나 아직 선진국과는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당신은 언제쯤 일로부터 완전히 은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인의 75%(40~70대 평균)가 여건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일을 하겠다는 응답을 했다(40대-64세, 50대-72세, 60대-78세, 70대-86세). 이는 선진국에 비해서 매우 높은 수준이며, 동일한 대답을 한 전 세계 평균인 46%에 비해서도 높다. 하지만 한국에서 50대 이후에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비율은 33%(50대 55%, 60대 33%, 70대 12%)에 불과해 한국인들이 바라는 것과 현실사이에 차이가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은퇴를 앞둔 응답자의 대부분이 은퇴 후 삶의 수준이 저하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이미 은퇴를 한 이들의 대다수도 은퇴 전에 비해 삶의 수준이 저하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에도 은퇴 전과 삶의 질이 비슷하다는 응답이 60대 49%, 70대 45%, 그리고 더 나아졌다는 비율도 60대 12%, 70대 9%로 나타나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삶의 질에 대한 점수(1점 만점)를 묻는 질문에 대해 세계 평균이 60대 0.62점, 70대 0.59점인데, 한국은 60대 0.53점, 70대 0.53점으로 나타나, 세계 평균과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일본(60대 0.65점, 70대 0.59점)과는 다소 차이가 크며, 평균점수 대부분 0.7점 이상인 즉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서구 선진국들과는 큰 차이가 나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삶에 대한 인식을 보면 더 극명한 차이가 나타난다.
선진국 노인들은 삶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삶은 기회의 보고’라는 인식에 대해 덴마크의 경우 60대의 80%가 이와 같은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국의 60대는 37%에 불과하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프랑스 70대 60%, 덴마크 60대 75% 등 서구 선진국에서 높은 비율이 나온 반면, 한국의 60대는 53%, 70대는 46%로 나타나 아직은 서구 선진국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인들은 노인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을 누가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개인 스스로 해야 한다 14%, 가족이 해야 한다 38%, 정부가 해야 한다 46%로 가족이나 정부가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높이 나타났다(40-70대 평균).
그러나 실제 한국의 60대와 70대에게 본인 노후의 주요 수입원을 질문했을 때(60대와 70대의 평균점수/4점 척도), 가장 중요한 수입원은 본인 3.5점, 가족 3.1점, 정부 2.2점 회사 1.2점으로 나타나 개인이 스스로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옥스포드대학교 노후연구소장인 사라 하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60~70대 연령의 노인들이 그들이 속한 지역사회, 가족 그리고 전세계 경제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으며, 부유한 서구 사회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여겨졌던 은퇴에 대한 인식, 건강 및 복지의 여러 트랜드들이 아시아나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신흥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며 “한국의 경우에도 지역과 가족의 커다란 기여자로서의 고령자의 지위와 위상을 재정립하는 동시에 고령자의 근로의욕 및 건강한 삶, 본인이 희망하는 은퇴생활에 대한 개인의 준비와 지원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