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신용카드를 이용해 소액의 물품을 구입할 때는 서명이나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의 소액결제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감독원은 17일 부정사용 가능성이 낮은 소액결제 업종을 중심으로 No CVM(본인확인 생략 ; No Cardholder Verification Method) 결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대평 금감원 부원장보는 “무선주파수(RF : Radio Frequency)기술을 이용한 비접촉식 No CVM 결제는 현재 교통카드 등에 이미 활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영화관, 주차장, 자판기, 대형 소매점 등에서 소액결제 시 부분적으로 시행중이며 그 수요가 확산되는 추세”라며 “그러나 현행 제도상 가맹점은 카드 매출 시 서명대조 또는 비밀번호 입력 등을 통해 회원본인여부를 확인해야 하므로 본인확인절차 생략 근거 마련을 위해 여신전문금융업 관련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고, 분실ㆍ도난된 카드가 부정 사용될 경우 본인사용여부에 대한 확인 절차가 없어 고객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No CVM 결제의 경우 가맹점에서 회원 본인 여부에 대한 확인의무를 부과할 수 없는 만큼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대상업종은 카드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되, 금액 한도는 카드사들의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소액 일정금액으로 규정할 예정이다.
김 부원장보는 “No CVM에 대해 카드사들도 적극적으로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며 “금액 한도에 대해서는 카드사들이 3만원 수준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해 3만원 이하 금액에 대해 No CVM 한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 중 6개 전업사와 국민ㆍ외환카드의 카드결제 건수 중 3만원 이하 결제 비중은 49.9% 수준이다.
금감원은 또 부정사용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카드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되 카드사가 회원 또는 가맹점의 책임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예외가 되도록 소비자 피해를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원장은 “이 제도를 도입하면 No CVM 결제 도입에 따른 거래절차 간소화로 가맹점은 거래시간 단축에 따른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으며, 카드사는 매출 증대에 따른 수수료 수입 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며 “소비자도 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대기시간 축소 등 편의성이 증가하고, 혼잡한 가맹점 등에서 비밀번호 입력에 따라 발생하는 비밀번호 노출 가능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서는 No CVM가 정착되면 소액을 중심으로 한 카드 이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가맹점에 대한 눈치로 인해 1만원 이하는 주로 현금으로 결제를 했는데, No CVM가 정착되면 그럴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No CVM가 도입되면 1만원 이하의 소액결제가 급증할 것”이라며 “소비자의 편의가 증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른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미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이미 No CVM 결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한도금액은 25달러(한화 약 2만4000원)이며, 말레이시아 30달러(약 2만8000원), 대만 90달러(약 8만4000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