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제표 오류를 뒤늦게 확인했더라도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김영학 부장판사)는 건설업체 M사가 J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M사는 2011년 8월 고양시의 한 택지개발사업 시공을 맡은 K산업개발과 공사도급계약을 맺었다. 14억 4200만원대 계약이었다. M사는 공사 진행상황에 따라 공사대금 5억 5000만원을 먼저 현금으로 받았고, 나머지 금액은 어음으로 지급받았다. 하지만 K산업개발은 2012년 3월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됐고, M사는 나머지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됐다. 그러자 M사는 "J회계법인이 K산업개발의 외부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손해를 입게 됐다"며 3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감사인에게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해 이해관계인이 입을 수 있는 손해를 방지해야할 주의의무가 있다'면서도 회계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감사는 회계감사 기준에 따라 회사에서 작성한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업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므로, 회사의 재무상태나 경영성과가 양호함을 보장하거나 재무제표에 중대한 왜곡이 없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부정이나 오류에 의한 재무제표의 중요한 왜곡표시가 사후적으로 발견됐다는 사정만으로는 감사인이 감사업무 수행 및 판단을 하는 데 부적절함이 있었다거나 전문가로서의 정당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거나 감사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M사가 주장하는 허위 또는 부실 기재가 없었다면 M사가 K산업개발로부터 공사대금을 어음으로 지급받지 않고 현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거나 어음지급을 거절하고 공사를 중단할 수 있었는데, 감사보고서만을 믿고 어음을 지급받은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