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형수 원장은 우리나라의 재정 여력이 아직 있지만, 이를 과감히 풀어 침체된 경기를 살리려 할 경우 일본의 경우를 답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원장은 19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데 아직까지 재정 여력이 있는 건 (해외에서도) 다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재정을 안 쓰는 이유는 실패한 사례가 많기 때문” 이라며 “아직 우리가 재정을 과감히 투입해서 해결하기엔 다른 여건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정부와 여론에서) 보는 것 같다. 국민적 동의 없이 재정 투입을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일본을 보면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재정 투입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던 일본의 부채 비율은 금방 200%가 됐다” 며 “이처럼 재정 원칙은 조금만 바꿔도 큰 효과가 난다” 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부채를 통해 복지 늘리면 끝이 없다” 며 “어려운 사람을 더 도와 주겠다는 원칙은 좋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세수 확대 방안보다 재정 투입을 통해 복지를 늘리려 한다. 하지만 실제 그 일을 원칙을 갖고 하려면 공감대가 필요한데 아직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복지 지출이 늘면 세금이든 사회보험료든 국민 부담이 GDP 대비 25%에서 40%로 되는 것인데 이는 북유럽 수준”이라며 “경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 원칙을 바꾸면 더 큰 문제가 왔을 때 어떻게 하나. 그래서 곳간의 열쇠는 넘겨주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을 풀 수 있고 아이템도 있다. 하지만 뒷문을 잠그고 해야 한다” 며 “무너지면 안 될 마지노선 기준을 잡고, 안전장치를 만든 다음에 해야 한다. 보수적으로 재정을 바라보는 게 공무원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가 재정을 적극적으로 풀었는데 그 후유증을 지금 겪고 있다. 재정은 자동차보험같이 경제활동을 하기 위한 보험 역할을 하는 것” 이라며 “국가가 불확실성 리스크 떠안고 기업이 못하는 투자를 재정 풀어서 대신 해주고, 민간에서 고용이 안 된다고 정부가 직접 고용에 나서고 하면 일본처럼 된다. 재정은 어디까지나 백업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